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한 계약직 여성직원의 가족이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직원은 특히 쿠팡 쪽이 확진자 발생 소식을 숨기고 업무를 강행
(▶관련기사: 쿠팡, 확진자 숨기고 수백명 출근시켰다)한 지난달 24일 근무를 하고 확진 판정을 받아, 쿠팡이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지난 4월 하순부터 일해온 전아무개(45)씨는 8일 <한겨레>에 “나 때문에 가족들까지 고통을 받아 너무 참담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전씨는 남편 ㄱ(54)씨와 딸 ㄴ(23)씨도 같은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더욱이 남편 ㄱ씨는 지난 7일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가족이 함께 지내던 인천의료원에서 더 큰 병원으로 이송됐다. 코로나바이러스가 폐까지 번져 급성 호흡부전에 심정지까지 와 심폐소생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전씨와 딸은 격리 대상이라 아픈 남편과 아빠를 보러 갈 수도 없는 처지다.
전씨는 “쿠팡 쪽이 제대로 대응했다면 우리 가족 전원의 확진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전씨의 일터인 부천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계약직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날, 오후조 근무자인 전씨는 오후 5시에 정상 출근했다. 회사 쪽은 “방역을 깨끗하게 했으니 문제없다”며 정상근무를 시켰다. 회사의 말을 믿은 전씨는 24일에 이어 25일 오후에도 정상 출근했다. 그러나 전씨는 그날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고 이튿날인 2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씨는 “마스크 착용은 물론 물류센터 내 식당이나 화장실도 안 가고 자동차로 출퇴근할 정도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다. 확진자 발생 뒤 바로 직장을 폐쇄했다면 제 가족은 코로나에 안 걸렸을 텐데 억울하다”고 했다. 방역당국의 확진자 동선 기록을 보면, 전씨 가족은 모든 동선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기록돼 있다.
전씨 가족이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쿠팡의 대처는 미온적이다. 일주일이 지난 2일에야 쿠팡은 전씨에게 연락해 ‘은행 업무나 아이 돌봐주기 등을 해줄 수 있다’고 밝혀왔다. 전씨는 사쪽의 잘못된 대처 때문에 가족의 경제활동이 막힌데다 가족 모두 건강을 위협받고 있으니 ‘진정한 사과와 피해 보상을 해달라’고 했지만, 사쪽은 ‘(경영진에) 전달해보겠다’고 답한 뒤 감감무소식이다. 남편의 회복은 기약이 없고, 취업준비생인 딸의 취업도 코로나19 확진으로 멀어졌다. 오는 7월 쿠팡과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전씨도 뾰족한 수가 없긴 마찬가지다. 전씨는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시간만 끌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다. 제 가족이 무너지게 생겼으니, 이에 대한 회사의 제대로 된 사과를 바란다”고 말했다.
쿠팡 쪽은 이에 대해 “상황을 확인 중이며 모든 직원과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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