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지나서야 심판대 오른 스쿨 미투 “끝까지 가보겠다”

성폭력 가해 교사 18명 중 15명은 징계 받은 뒤 학교 복귀
검찰, 2018년말 ㄱ교사 불기소처분 내렸으나 재수사 끝에 지난달 기소
시민단체 “스쿨미투 제기된 지 2년 지났지만 해결된 건 없어”
ㄱ교사, 법정서 강제 추행 혐의 부인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시민모임 등 44개 시민단체가 23일 오전 10시 서울 북부지법 정문 앞에서 스쿨미투 가해자에게 엄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회 분위기 때문에 숨고 싶고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수십 번도 넘게 들었습니다. 다만 아직 스쿨 미투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이 나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가보려 합니다.” (서울 용화여고 교사 성폭력 피해 학생)

제자들을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ㄱ 교사가 23일 법정에 섰다. 2018년 4월 용화여고 학생들이 창문에 ‘Me, too’(미투), ‘With you’(위드유) 등의 문구가 붙이며 ‘스쿨 미투’ 문제를 열어젖힌 지 2년2개월 만이다. 당시 용화여고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일상에 스며든 교사들의 학내 성폭력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재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0명 중 42명이 교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그로부터 2년 2개월이 지나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18명 중 유일하게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ㄱ 교사에 대한 재판이 이날 시작됐다. 노원스쿨미투를지지하는 시민모임 등 44개 시민단체는 이날 재판이 열리기 전 서울북부지법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스쿨 미투에 제대로 응답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스쿨 미투 문제가 제기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등 학내 성폭력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발언에 나선 손문숙 한국 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상담팀장은 “용화여고 학생들이 용기 있게 학내 성폭력 문제를 수면으로 드러냈지만 가해 교사가 학교로 복귀하는 등 2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해결 없이 지지부진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18명은 학내 징계를 받았지만, 교사 15명은 다시 학교로 복귀했다. 서울북부지검도 2018년 12월 유일하게 수사대상에 오른 ㄱ교사에게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시민단체들은 이에 반발해 검찰에 재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을 넣었다. 검찰은 결국 재수사 끝에 지난달 21일 ㄱ교사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피해 학생들이 용기를 내서 스쿨 미투 문제를 제기했지만 피해자 보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부분의 교사는 제대로 된 징계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고발자를 음해하는 등 스쿨 미투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닌, 고발자 개인의 특수한 경험으로 고립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학내 성폭력 문제가 근절될 수 있도록 가해 교사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덕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는 “스쿨 미투가 일어나고 징계를 받은 교사들이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가벼운 처벌 때문이다. 사법부는 성폭력이 판결을 먹고 자란다는 시민들의 불신을 끊어내고 엄벌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 선 ㄱ교사는 강제로 학생들의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 “공소사실을 부인한다. 신체 접촉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의도적인 추행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강재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