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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삼성 옹호’ 인물이 논의 주도…‘깜깜이 수사심의위’ 우려가 현실로

등록 2020-06-29 05:17수정 2020-06-29 11:09

위원 선정 등 사전검증 봉쇄 논란
“무리한 수사” 주장한 김병연 교수
자본시장법 전문가로 심의위 참여
위원들 대부분 종교인·기자·변호사…
김 교수가 논의 주도한 걸로 알려져

‘로비 이유’로 위원 명단 회의직전 공개
기피신청 등 절차 있지만 작동 안돼
논의때 어떤 말 했는지도 검증 못해
지난 2018년 12월 <엠비엔(MBN)>에서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에 대한 인터뷰 중인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엠비엔> 누리집 갈무리
지난 2018년 12월 <엠비엔(MBN)>에서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에 대한 인터뷰 중인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엠비엔> 누리집 갈무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에 대한 적정성을 평가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 참여한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수사의 계기가 된 2018년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고발 직후부터 최근까지 줄기차게 삼성 쪽과 같은 논리로 결백함을 주장해왔다. 김 교수가 수사심의위에 참여하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릴 것이 명확했지만 그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수사심의위 현안위원이 될 수 있었다. 위원 선정 과정 등에서 사전검증이 봉쇄돼있던 ‘깜깜이’ 수사심의위가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직역별 분배’로 위원 추첨…김병연 교수가 논의 주도 2018년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 신설된 검찰수사심의위는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사회 각계의 전문가’인 교수, 변호사, 법조경력 기자 등 250명으로 구성돼 있다. 검찰총장이 위원으로 위촉하며 임기는 2년이다. 수사심의위 소집이 결정되면, 위원장은 250명 중 무작위로 추첨을 해 심의가 열리는 날 출석이 가능한 15명을 현안위원으로 선정하고 이들이 모여 심의를 진행하고 과반수 표결로 권고안을 확정한다.

대검 예규인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을 보면, “위원장은 추첨 시 현안위원들이 특정 직역이나 분야에 편중되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한다”고 돼 있다. ‘자본시장법 전문가’라는 김 교수가 위원으로 추첨된 만큼, 다른 위원들은 다른 직역의 인사들로 채워졌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번 심의에 참여한 현안위원들은 대부분 종교인·교수·기자·변호사 등 기업범죄에 관해서는 비전문가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에 이미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있고, 그중 가장 ‘전문가’로 분류되는 김 교수는 지난 26일 수사심의위 회의에서 논의를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가 ‘삼성바이오 회계사기’에 대해 갖고 있는 예단은 각종 언론 인터뷰와 기고문을 통해 수차례 확인된다. 김 교수는 삼성바이오 회계사기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던 2018년 12월 <엠비엔>(MBN) 방송 출연을 시작으로, 여러 매체에서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회계법인의 자문을 얻어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이라는 삼성의 논리를 거의 그대로 답습했다. 김 교수의 인터뷰를 분석한 홍순탁 회계사는 “금융당국이 회계기준이 규정하는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해 ‘고의 분식회계’라고 결론을 내렸다. 정확한 국제회계기준과 사실관계를 모르는 상태에서 한 인터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증거인멸 드러나자 “무리한 수사” 검찰까지 겨냥…깜깜이 심의로 ‘사고’ ‘분식회계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온 김 교수가 2019년 5월부터 ‘검찰 수사의 정당성’ 자체를 문제 삼기 시작한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이때는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 공장 바닥에서 회사 공용서버와 수십개의 노트북을 발견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벌인 정황이 드러나 임직원들이 구속기소되는 등 삼성이 궁지에 몰리던 시점이다. 김 교수는 그해 5월30일 한 경제지와 한 인터뷰에서 “분식회계 여부도 모르는데 유죄를 전제로 몇 단계 건너뛰고 수사하는 양상이다. 이런 행태가 검찰의 불신을 초래한다”며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삼성이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자본시장법 제정에 참여해 관련 전문가로 인용되던 김 교수가 이때부터 자신의 전문영역을 넘어서 ‘검찰 수사’ 그 자체를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한 경제지 인터뷰에서 “일반인에게서 (이 부회장 재소환 조사 등) 그런 경우는 없어서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공개적으로 삼성의 무혐의와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현안위원으로 수사심의위에 참여하고 수사 중단 의결에 ‘전문가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을 보면, 심의에 참여하는 게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현안위원이 스스로 회피신청을 하거나 주임검사·신청인이 기피신청을 할 수 있지만, 이러한 절차 또한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현안위원 명단이 ‘로비 가능성’을 이유로 수사심의위 회의 직전에야 신청인과 수사팀에 공개되는 바람에 김 교수의 과거 공개 발언을 검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피의자 입장을 공개적으로 적극 대변해온 인사가 사전에 배제되지 못한 ‘사고’로 이어진 이유다. 나아가 김 교수가 ‘전문가’라는 권위로 다른 위원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사후검증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회의록 작성 규정이 없어 수사심의위 논의 과정에서 김 교수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전혀 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임재우 김정필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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