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을 앞두고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왼쪽부터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공동취재사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피해자 쪽이 경찰에 고소하기 전 서울중앙지검에 박 전 시장 고소 내용을 전하며 요청한 면담이 거절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박 전 시장 사망 전, 성추행 고소 사실을 알았던 주체가 경찰, 청와대, 임순영 젠더특보에 이어 검찰이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22일 피해자 쪽 김재련 변호사 말을 종합하면, 김 변호사는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내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유현정 부장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유 부장검사는 ‘고소장 접수 전 면담은 어렵다’는 원론적 반응을 보였고 김 변호사는 ‘증거 확보 필요성 때문에 신속한 피해자 진술이 필요해 면담이 필요하다’고 거듭 요청했다. 이에 유 부장검사는 ‘피고소인을 확인해야 면담을 검토하겠다’고 해서, 김 변호사는 피고소인이 박 전 시장임을 알렸다고 한다. 8일 오후 3시 면담하기로 약속했는데, 7일 저녁 유 부장검사가 “본인의 일정 때문에 8일 면담은 어려울 것 같다”며 약속을 취소했다고 김 변호사는 이날 밝혔다.
여성폭력 전담인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이 권력형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 쪽 면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인이 정말 바쁠 경우 박 시장 정도 되는 정치인의 성범죄 의혹 사건이라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다른 부원이 면담하도록 해야 했다”(재경지검 부장검사)는 것이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자료를 내어 “해당 부장은 (사전 면담이) 절차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돼 일응(일단) 부적절하다고 말해주면서 검토를 해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였고, 같은 날 퇴근 무렵 그 변호사에게 다시 전화를 하여 일정이나 절차상 사전 면담은 어려우니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절차에 따라 고소장 접수를 하도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또 “상급기관에 보고하거나 외부에 알린 사실이 일절(절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피해자 쪽의 거듭된 사전 면담 요청을 최종적으로 거절하는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은 해명에서 빠져 있다. 통상적인 보고 체계로는 주요 사건의 경우 차장검사, 지검장까지 보고된다. 이 정도 사안이면 유 부장검사와 김욱준 4차장검사를 거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도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기존 ‘경찰-청와대’, ‘여성단체-서울시 관계자’ 경로 외에 서울중앙지검을 통한 박 전 시장 고소 건 유출 가능성도 제기된 셈이어서 향후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 전 시장 관련 수사정보 유출 등 고발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창수)에 배당돼 있다. 형사2부는 직접 수사할지, 경찰에 맡길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