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첫날인 16일 경기도 수원의 한 결혼식장 출입구 모습. 연합뉴스
오는 22일 서울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최아무개(36)씨는 “지난주부터 (예식) 계획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50인 이상 결혼식’도 금지됐기 때문이다. 최씨는 지난 일주일 동안 보증인원을 250명에서 150명으로 줄이고, 식사 대신 답례품 제공으로 바꾸는 등 내내 진을 빼야 했다. 최씨는 “이미 4월 예식에서 한차례 미룬 상태라 결혼식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지만, 만약 신랑·신부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면 평생에 한번 하는 결혼식을 마스크를 쓰고 하고 싶진 않아 취소도 고민 중”이라며 “방역이 우선인 건 이해한다. 다만 똑같이 사람이 몰리는 카페나 식당은 여전한데 50인 이상 결혼식은 막는다고 하니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50인 이상 집결하는 결혼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예비 신혼부부들을 비롯해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식을 미루거나 축소할 수 있도록 예식업계에 위약금을 부과하지 말 것 등을 요청하고 있지만, 갑작스레 예식 연기나 취소, 보증인원 축소를 검토하게 된 이들과 예식장의 혼란은 좀체 가라앉지 않는 중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9일 정례브리핑을 열어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위약금 없이 예식을 연기하거나 최소 보증인원을 조정해줄 것을 예식업계에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정위에서 예식과 외식, 여행, 항공, 숙박 등 5개 업종을 대상으로 감염병 확산에 따른 위약금 면책과 감경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와 소비자 단체와 협의를 하고 있다”며 “공정위에서 (위약금, 보증인원 관련) 표준약관과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개정 작업을 협의 중이지만, (개정) 이전이라도 자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업계에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다만 예식장 공간을 커튼 등으로 분리해 각각 50인 이하씩 수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공간을 분할하는 방식을 채택하기보다는 가급적이면 결혼식 등을 연기하거나 행사를 최대한 축소해달라고 하는 게 이번 권고의 목적”이라며 사실상 반대 뜻을 표시했다.
정부 발표가 나오자 예비 신혼부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결혼 준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어쩔 줄 모르는 예비부부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예식이 채 20일도 남지 않았다는 한 누리꾼은 “보증인원이 300명인데 식장에서 10%만 줄여준다고 한다. 차라리 계약금을 날리고 취소할까 싶다”고 토로했다. 오는 주말 예식을 취소했다는 또 다른 누리꾼은 “다른 곳은 다 위약금 없이 연기했는데 영상 촬영 업체 쪽에서 위약금을 달라고 한다”고 했고, 이미 예식을 한차례 연기했다는 누리꾼도 “더 미루기도 지치고 하루하루가 우울하다”고 썼다.
예식장 쪽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호텔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내내 관련 부서에서 고객들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고객에게 중요한 날인 만큼 위약금을 받지 않고 보증인원에 대해서도 줄여주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전년보다 결혼식 건수도 적고 보증인원 수도 적어 매출이 많이 안 좋은데 위약금도 받을 수가 없다. 상황은 이해하지만 업체의 피해도 크다”고 말했다.
신민정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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