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처가 시행 중인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우 피해를 채 수습하기도 전에 코로나19가 가파른 속도로 재확산되면서 취약계층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5일 태풍 ‘바비’ 상륙까지 예고되면서 지난 ‘코로나19 1차 확산’ 때보다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민생 도미노’가 일어나지 않도록 취약계층의 생계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내에서 노점을 하는 ㄱ씨의 하루 벌이는 지난해까지 4만원 안팎이었지만 올해 들어선 돈을 손에 쥘 날이 없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잦아들고 휴가철이 되면서 행인들의 지갑이 열리는가 싶더니 이달 들어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 ㄱ씨는 24일 <한겨레>에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에 4만원 정도 벌었다면 지금은 1만원도 벌지 못한다. 그마저도 폭우가 내릴 땐 손님이 끊겨 장사를 아예 하지 못했다”며 “그야말로 사는 게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정부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아 겨우 월세를 낸 뒤 월세가 밀린 처지라 그는 집주인 눈치만 보고 있다.
지난 14일 기획재정부는 경제동향을 설명하면서 소비·수출 등 개선세가 뚜렷하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 뒤 감소세를 보인 신용카드 승인액(전년 동월 대비)이 7월 들어 4.8% 증가한 것을 근거로 댔다. 그러나 여름 휴가철에 쏟아진 ‘물폭탄’과 코로나19 재확산이 다시 자영업자들을 옥죄고 있다.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서울 대학가에서 분식집을 하는 ㄴ씨는 올해 초부터 이어진 적자 때문에 더는 희망이 없다고 보고 가게를 부동산에 내놨다. 그는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수입이 반토막 난데다, 장마 땐 가게 앞을 오가는 행인도 없어서 수입이 ‘0’에 가까웠다”고 토로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의류수선점을 운영하는 김복철씨는 “코로나19 1차 확산 때 수입이 30%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상황이 조금씩 나아졌는데, 폭우로 다시 발걸음이 끊겼다”고 말했다. 그새 7명이던 직원은 2명까지 줄었다.
‘코로나 실직’이 길어진 이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학 시간강사 ㄷ씨는 “학교 강의가 대부분 비대면 강의로 이뤄져 1학기 수입이 한달 30만~40만원 선에 그쳤다”고 호소했다. 그가 나가던 강의는 대부분 폐강된 상태다. 2학기 들어 대면 강의를 할 수 있게 되면 수입이 회복될 거라 기대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때문에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면 줄줄이 극장 문을 닫아야 할 공연계도 시름이 깊다. ‘극단 와이(Y)’의 연출가인 강윤지씨는 9월 공연을 앞두고 여러 달 준비한 공연을 전면 취소해야 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연을 취소하면 정부 재단에서 받은 지원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강씨는 “지원금을 되돌려줘야 한다면 몇개월 동안 공연을 준비해온 무대·의상 디자이너, 작가, 배우, 연출가 모두 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2차 긴급재난지원금의 규모 등을 두고 논의 중인 가운데 지원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땐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에 다소 국지적으로 나타난 반면 지금은 전국적으로 확산돼 민생 타격이 더욱 커진 상황
이다. 집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윤경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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