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 앞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체 채취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응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곳곳에서 코로나19 ‘깜깜이 감염’이 늘어나고 있는데 집단감염 우려가 큰 다중이용시설인 백화점에서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백화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뒤에도 매장 직원들에게 제때 알리지 않고 쉬쉬하거나 일정한 방역지침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27일 <한겨레>가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에 접수된 사례를 취재한 결과, 수원의 한 백화점은 이달 들어 방문객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확인했지만 직원들에게는 며칠 뒤에야 이 사실을 전했다. 직원 조회시간에 “1층에 확진자가 다녀갔다. 확진받은 고객과 응대 직원 모두 당시 마스크를 쓰고 있어 바로 공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 백화점 매장 직원은 “나중에야 그 사실을 듣고 정말 불안했다”고 했다.
대구의 한 백화점에서도 최근 손님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알고도 며칠 지난 뒤에야 방문 사실을 통보했다. 백화점 쪽은 질병관리본부에서 확진자 동선 파악을 위해 폐회로텔레비전(CCTV) 확인을 요청해 와서 백화점 내 확진자 발생 사실은 알게 됐지만 ‘확진자 밀접접촉자 통보는 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여러 사람이 오가는 백화점의 특성을 고려하면, 확진자 발생을 알게 된 시점에 알렸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내부 통보 시기에 관한 견해는 다를 수 있다. 고객 혼선이나 다른 가게 매출에 피해를 줄 것을 고려해 전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백화점들의 이런 대처는 지난 1차 확산 때와 크게 차이가 난다. 당시엔 코로나19 확진자뿐 아니라 확진자와 방문 동선이 겹쳤던 사람이 백화점을 간 경우에도 당일 전층을 폐쇄한 뒤 방역작업을 했다. 확진자가 백화점에 방문한 시간과 동선, 마스크 착용 여부 등도 관련 사실을 인지하면 곧바로 공지했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길어진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에 타격을 입으면서 방역 대처가 허술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에서 일하는 한 백화점 직원은 “백화점이 영업을 강행하기 위해 확진자가 나온 사실을 쉬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님과 직원의 밀접접촉이 잦은 백화점은 감염 위험이 높은 공간이다. 노조 쪽은 “화장품 가게는 제품을 테스트하거나 향수를 맡는 등 마스크를 벗고 마주하는 고객들이 많다. 직원들도 확진자에 관한 정보가 없는데 꺼려지지만 고객의 요청을 거절할 수도 없다. 이렇게 대처하면 고객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화점 같은 다중이용시설은 확진자가 방문할 가능성이 큰 공간이라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