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법정의 시간…국정농단 뇌물재판에 변수로

서울중앙지법 합의부 배당 계획
국정농단 특검 때 ‘묵시적 청탁’
이번 검찰 수사로 ‘내용’ 채워져
뇌물죄 파기환송심 양형에 영향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농단’ 관련 뇌물 혐의로 3년6개월간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다시 기소됨에 따라 또다시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은 국정농단 뇌물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검찰과 이 부회장 쪽의 불꽃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은 2일 이 부회장 사건을 판사 3명이 재판을 하는 형사합의부에 배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옛 자본시장법 위반죄의 법정형이 10년 이하여서 단독판사 관할 사건이지만 “사실관계나 쟁점이 복잡한 사건인 점 등을 고려해” 합의부에 배당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재판이 시작되면 수사팀 검사들이 공판을 직접 챙길 계획이다. 1년9개월간 수사를 이끌었던 이복현 부장검사는 대전지검 형사3부장으로 발령났지만 서울을 오가며 공소 유지에 나서고, 특별공판2팀장으로 발령난 김영철 부장검사와, 최재훈 부부장검사도 투입된다.

“검찰의 이번 기소가 왜 부당한 것인지 법정에서 하나하나 밝혀나가겠다”는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검찰이 확보한 증거 가운데 재판에 불리한 증거는 대부분 ‘부동의’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피고인이 검찰 증거에 동의하지 않으면 검찰에서 작성된 조서에 등장하는 진술자와 문건 증거 등의 작성자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 검찰은 300여명에게서 진술을 받고 2270만건의 디지털 자료를 분석했다고 밝혔는데, 증거능력을 일일이 다툴 경우 재판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변호인이 이 부회장의 혐의를 놓고 치열하게 다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번 사건이 국정농단 뇌물 파기환송심의 중요 변수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기환송심 재판장인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는 등 감형을 위한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특검은 대법원이 뇌물죄 요소로 인정한 묵시적 청탁(승계작업)의 구체적 내용을 이번 검찰 수사가 채웠다고 보고 있다. 특검 관계자는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파악한 불법 승계 정황이 이번 수사에서 내부 문건으로 확인된 것도 있고, 자사주 시세조종 등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다”며 “부정과 탈법, 위법으로 범벅이 된 승계작업을 위한 뇌물 제공은 죄질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양형기준상 뇌물 공여는 ‘청탁 내용이 불법하거나 부정한 업무집행과 관련된 경우’ 형량이 가중되는데, 불법 승계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더 엄중한 형량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예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