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집회와 관련해 온라인상에 공유되고 있는 포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 갈무리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준3단계’가 시행 중인 가운데, 극우 보수 단체들이 개천절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수천명 규모의 집회를 예고했다. 이들은 경찰의 집회금지 조처에 맞서 우파 성향의 시민들이 모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에서 ‘10월3일에 휴대전화를 끄고 모이자’며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
6일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자유연대와 우리공화당 산하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등은 개천절인 다음달 3일 서울 종로구와 중구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이겠다며 최근 집회신고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는 세종로 소공원과 효자 치안센터 일대에 3만명 규모, 자유연대는 광화문 교보빌딩 등에 2천명 규모로 집회를 신고했다. 국본도 을지로입구 근방에 2천명 규모의 집회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들 단체에 일괄적으로 집회금지 통고를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신청을 한 단체에 모두 금지 통보를 했으며 집회를 강행할 경우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쪽도 이날 “지난 8·15 집회로 확진자가 증가했기 때문에 서울시는 물론 경찰도 감염병예방법과 집시법에 따라 사전에 금지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과 서울시의 집회금지 처분에도 불구하고 지난 8·15 광화문 집회처럼 해당 단체들이 법원에 이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해 집회를 열거나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자유연대 관계자는 “개천절 집회까지 한달간의 여유가 있어서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완화됐는데 집회 개최만 금지한다면 형평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집행정지 신청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와 국본 관계자는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에스엔에스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개천절 집회와 관련된 포스터가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해당 포스터에는 ‘Again(어게인) 10‧3 14:00 자유우파 집결, 핸드폰 off(오프. 전원 종료)’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코로나19 역학조사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두고 모이자는 뜻이다. 극우 성향의 유튜버들은 방송을 통해 10·3 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런 방송에는 “핸드폰 집에 두고 오셔야 합니다. 오로지 현금만 사용합시다”, “이제 모두 서울에서 핸드폰 끄고 투쟁합니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들 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려 하자 여당은 방역당국에 ‘강력 대처’를 주문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광복절 집회의 교훈을 망각한 채 극우단체·교회가 개천절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방역 방해 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공권력을 행사해달라”고 촉구했다.
강재구 정환봉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