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 모인 직장 갑질 피해자 20여명이 종이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습. 직장갑질119 제공.
회사원 ㄱ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정부 지침에 따라 무급휴가를 가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회사는 무조건 동의해야 한다며 ‘무급휴가 동의서’를 들이밀었다. ㄱ씨는 “무급휴가를 가고 싶지 않은데, 동의하지 않으면 회사를 다니기 어려울 것 같아서 걱정이다. 정부에서 고용유지를 지원한다고 들었는데, 우리 회사는 못 받는 것인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매출이 급감한 업체들이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강요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부분 ‘코로나 불황’에 취약한 업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직장갑질119’는 8일 “연장된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제한 조처로 학원 강사, 피트니스 강사, 일용직 등 고용보험 밖 노동자들이 무급휴직이나 해고에 내몰리고 있다”며 최근 접수된 제보를 공개했다.
업체들 중엔 조퇴를 강요하고 그만큼 급여를 줄이는 곳도 있었다. 한 프랜차이즈형 매장에선 지난 6~7월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자 매출이 늘어 직원들이 추가근무를 했지만 그에 따른 수당은 주지 않았다. 반면에 코로나19가 8월 들어 다시 확산되자 점장은 “일찍 퇴근한 만큼 급여에서 빼겠다”며 직원들에게 조퇴를 강요했다. 수도권에서 ‘준3단계’ 거리두기가 시행된 뒤엔 3일 무급휴가를 지시하기도 했다. 이 매장 직원 ㄱ씨는 “해고당할까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억울하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90%까지 지원하지만 직장갑질119는 ‘영업제한 대상이 된 사업주가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영업제한 대상 업체는 직원에게 평균임금의 70%인 휴업수당을 지급하고 관련 서류를 정부에 내면 직원에게 준 돈의 90%를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절차가 간단치 않은데다 나머지 10%는 사업주가 부담해야 한다. 불황에 따른 고육지책인 측면도 있지만 업주들로선 직원들을 무급휴가 보내는 게 차라리 낫다고 보는 셈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재확산 뒤 정부가 여행·항공업 등 특별고용지원업종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을 60일 연장했지만 이들 업종은 지원금 신청 기업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업종의 지원 비율은 이달 하순 67~75%로 다시 떨어진다. 직장갑질119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간을 연장해 대량실업을 막아야 한다. 하청·용역 등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도 지급요건을 보완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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