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사당동 노래방에서 업주가 핸드폰을 확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평소 같으면 추석을 앞두고 손님맞이에 정신이 없을 때인데 가게 문도 열지 못하고 집에만 있게 생겼네요.”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노래방에서 만난 장금자(가명. 61)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실시되면서 7년째 운영하던 노래방은 두 달이 넘도록 영업하지 못하고 있다. 노래방 입구에 손소독제 4개를 뒀지만 노래방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은 없다. 문을 닫아 관리가 안된 탓에 지하 노래방에선 곰팡이 냄새가 피어올랐고, 습기 때문에 일부 기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장씨는 “매번 뉴스를 통해 영업정지를 확인해요. 영업정지가 언제 끝날 줄 알면 알바라도 할텐데 기약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어요. 생존권은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문만 닫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라며 정부에 불만을 토로했다.
장씨는 처음 영업을 정지한 한 달 동안 정부에서 지급한 150만원으로 버텼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이후 더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최근 정부가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200만원을 지급했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
노래방 안에 비치된 각종 소독제. 박종식 기자
임대료를 못 내는 소상공인이 계약해지를 당하지 않도록 일정기간 보호하고, 영업난을 근거로 월 임대료 인하를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새 상가입대차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지만 장씨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새 상가임대차보호법 통과 소식을 듣고 장씨는 건물주에게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우리도 굶어 죽게 생겼어.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걸 고마운 줄 알아야지.”라는 싸늘한 대답만 들었을 뿐이었다. 장씨는 임대보증금 2000만원에서 5개월째 월세 250만원을 차감하고 있다. “월세를 못내 임대보증금을 깎아먹으며 버티고 있는데, 이마저도 바닥나면 길거리로 나앉게 생겼습니다.” 습기 먹은 마이크를 안타깝게 어루만지면서 장씨는 고개를 떨구었다.
동작구 노래방 업계에 따르면, 구내 180개 노래방 중 10여 개 업체가 폐업을 했고 나머지 업체들은 보증금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어서 계약기간 만료가 도래하면 줄폐업이 예상된다고 했다.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노래방 업주들은 어느때보다 어려운 추석을 쇨 예정이다.
손님들이 사용하던 노래방 리모컨과 탬버린. 박종식 기자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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