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국정농단 최초 보도’, 손배소 승소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
마사지란 표현 명예훼손 주장에
법원 “사회적 가치·평가 절하 아냐
최서원 개입 고발 공익성 인정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의 정체를 처음으로 드러낸 <한겨레> 보도를 둘러싼 명예훼손 소송에서 한겨레신문사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김병철)는 정동춘 전 케이(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본인을 마사지 센터장으로 표현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한겨레> 취재기자 등 15명을 상대로 낸 2억4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한겨레>는 2016년 9월20일 ‘대기업돈 288억 걷은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최순실 단골 마사지 센터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대기업 돈 288억원으로 설립한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최순실(개명 뒤 이름 최서원)씨의 추천으로 선임됐다는 내용으로 당시 소문으로만 돌던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를 수면 위로 드러낸 첫 보도였다. 그러나 정 전 이사장은 해당 기사를 포함한 후속 기사 14건이 자신을 ‘마사지 센터장’으로 표현한 사실을 문제 삼아 “마사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이미지를 내게 덧씌워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2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마사지’ 또는 ‘스포츠마사지’는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한 서비스산업의 한 종류를 지칭하기에 대상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킨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 전 이사장이 운영하는 운동기능 회복센터에 관해 ‘스포츠마사지’라고 표현한 것은 독자들에게 복잡한 사실관계를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기사의) 중요 부분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고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서원이 대기업들이 거액의 기부금을 내 설립된 케이스포츠재단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고발하는 내용이어서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장필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