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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장에서] ‘성착취, 사법부도 공범’…재판부, 이번엔 오명 벗을까

등록 2020-10-13 18:41수정 2020-10-14 02:44

엔(N)번방성착취강력처벌촉구집회가 지난 7월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열렸다. 이번 집회를 연 ‘엔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eNd)은 집회를 통해 경찰에 제대로 된 수사와 판결을 요구했으며 성범죄자에게 관대한 처벌을 내리는 사법부를 비판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엔(N)번방성착취강력처벌촉구집회가 지난 7월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열렸다. 이번 집회를 연 ‘엔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eNd)은 집회를 통해 경찰에 제대로 된 수사와 판결을 요구했으며 성범죄자에게 관대한 처벌을 내리는 사법부를 비판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12일 밤 누리꾼들이 트위터에서 많이 검색한 단어 순위에 ‘무기징역’이 올랐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는 ‘구형’이라는 단어도 올랐다. 이날 검찰은 텔레그램 엔(n)번방을 만든 ‘갓갓’ 문형욱(25)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누리꾼들이 관련 기사를 폭발적으로 공유하면서 이 단어들이 덩달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오른 것이다.

누리꾼들은 문씨의 무기징역 구형 소식에 “코로나19로 우울한 시기에 단비 같은 뉴스”라고 환영했다. 문씨가 위반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은 아동 성착취물 제작자에게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의 심각성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대검찰청은 성착취 영상물 주범의 경우 죄질에 따라 무기징역까지 구형하도록 강화된 사건 처리 기준을 검찰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270여차례에 걸쳐 아동·청소년 39명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 수천개를 만든 문씨에게 무기징역 구형은 죗값에 걸맞은 당연한 결과다.

그럼에도 긴장과 감시의 끈을 놓을 순 없다. 사법부가 그동안 디지털성범죄자를 ‘솜방망이’로 다스렸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7년 연구결과를 보면, 아동 성착취물 제작 등 사건의 1심 선고 유형은 벌금형이 38.5%로 가장 많았다. 세계 최대 성착취물 누리집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24)씨도 검찰이 처음에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법원이 1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을 뿐이다. 디지털성범죄 근절 단체인 ‘리셋’과 엔번방 사건을 최초로 경찰에 신고한 ‘추적단 불꽃’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9.8%가 디지털성범죄 처벌 수준이 약하다는 데 동의했다.

범죄는 점점 잔혹해지는데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머무르니 법적 근거 없이 범죄자들의 신상을 마구 공개하는 이른바 디지털교도소가 생겨났다. 문씨도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이 나기 이전에 디지털교도소에 이름을 먼저 올렸다. 사법부가 이제껏 디지털성범죄자들을 제대로 다스리지 않으니 일부 누리꾼들이 사적 제재에 나서게 된 것이다. “사법부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면 지금 디지털 교도소를 폐쇄해도 제2, 제3의 디지털교도소가 또다시 나타난다”(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는 목소리도 나온다.문씨를 죗값에 걸맞게 처벌해야 한다던 시민들의 시선은 이제 재판부로 쏠렸다. 경찰도 최근 박사방 무료회원들의 신상을 특정하는 등 수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다음달 19일은 문씨의 1심 선고기일이다. 그를 디지털교도소 안에만 가둬두지 않고, 현실에서 엄하게 처벌함과 동시에 “사법부도 공범”이라는 오명을 씻어낼 책임은 이제 법원에 달렸다.

오연서 ㅣ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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