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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올해 9번째…택배 노동자 또 사망

등록 2020-10-16 21:51수정 2020-10-19 17:36

대구 쿠팡 20대 일용직 숨져
2년여 만에 몸무게 15㎏ 빠져
유족 “살인적 노동이 아들 죽여”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14일 석배송물량 급증에 대비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달 14일 석배송물량 급증에 대비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가 숨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과로에 내몰린 택배노동자들이 생명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들어서만 아홉번째 죽음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16일,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장아무개(27)씨가 지난 12일 집에서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망 당시 장씨는 전날 저녁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근무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목욕을 하던 중이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원인 불명 내인성 급사’였다. 건강했던 20대 청년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다.

대책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경북 칠곡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분류작업을 했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했고 코로나19로 대구 지역 택배 물량이 급증한 뒤엔 1시간가량 연장 근무를 하는 날이 잦았다. 특히 장씨가 일하던 7층 작업장은 무거운 물품이 많이 들어오는데다, 쉬지 않고 포장용품을 공급하는 일을 맡아 노동강도가 셌다고 한다. 장씨는 평소 지병이 없고 술·담배를 하지 않는 건강한 청년이었지만 쿠팡에서 이 일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몸무게가 15㎏이나 빠졌다.

이날 대책위와 유족들은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은 장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하고 과로사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최영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구경북본부 사무국장은 “장씨가 최근까지 ‘일이 너무 힘들다’며 회사에 인력을 충원해주거나 근무 장소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 동료들에게도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장씨 어머니도 “아들이 ‘1년만 더 일하면 정규직에 도전할 수 있다’며 열심히 일했는데 살인적 노동이 아들을 죽였다”고 말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쿠팡이 직무 스트레스 대응 매뉴얼을 지켰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이후 택배노동자들이 업무 과중을 호소하다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장씨의 죽음 나흘 전인 지난 8일엔 씨제이(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 김원종(48)씨가 배송 업무를 하던 중 스러졌다. 김씨가 일하던 대리점은 추석 기간에도 분류작업 인력이 추가 투입되지 않아 택배기사들에게 과도한 업무가 주어진 상황이었다. 택배노동자들은 정부가 택배산업 현장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쿠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물류센터 단기직 노동자는 원하는 날짜, 시간대, 업무를 선택할 수 있다. 고인은 택배 분류가 아닌 비닐과 빈 종이박스 등을 공급하는 포장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며 과로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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