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는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나온 인파로 붐볐다.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10월의 마지막 날이자 핼러윈데이였던 3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는 방역당국의 ‘모임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들로 가득했다. 클럽 등이 밀집된 거리는 저녁 7시께부터 방문객이 모여들기 시작해 8시가 넘자 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이태원 지하철역을 나가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을 정도였다.
핼러윈을 하루 앞둔 지난 30일,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거리 양 끝에 몸을 소독하고 체온을 측정할 수 있는 ‘방역 게이트’를 마련해 놓았지만 실제 이용하는 건 일부 방문객에 불과했다. 거리 한쪽에서 통행이 막히면 다른 쪽으로 돌아가는 등 꼼수를 써 검사를 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태원의 주요 클럽들이 핼러윈 기간인 주말 동안 자진 휴업 방침을 밝혔지만 라운지바와 감성 주점 등 유사 업소들 상당수는 정상 영업을 강행했다. 직원들이 입구에서 마스크 착용, 테이블 간격 유지 등 방역 지침을 안내했지만 대다수 손님들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술을 마셨다. 한 직원은 ‘위험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정 인원이 넘으면 손님을 받지 않는 등 지침을 잘 지키고 있다. 거리에 사람들이 붐빌 뿐 가게 안은 되레 한적하다”고 설명했다.
한껏 축제 분위기에 젖은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태원 쇼핑몰의 청소노동자 ㄱ씨는 <한겨레>에 “뉴스에서 위험하다고 하도 여러번 말하길래 올해는 사람이 좀 적을까 했는데, 이렇게 거리가 붐빌 줄 몰랐다”며 “마스크도 쓰지 않은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이태원이 위험해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ㄱ씨의 말처럼 거리엔 마스크를 벗거나 턱에 걸친 채 술을 마시거나 흡연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축제를 즐기러 나온 사람들은 핼러윈을 전후해 이태원발 코로나19 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대학생 오아무개(23)씨는 “집단감염 위험은 (이태원뿐 아니라) 지하철, 식당 등 다른 곳도 다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태원만 언론에서 공격당하는 느낌이다. 어디든 조심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페이스페인팅 노점을 운영하던 ㄴ씨는 “분장 받는 손님만 잠시 마스크를 내리는 것으로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핼러윈 모임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시와 경찰은 이날 이태원을 비롯한 홍대, 강남 등 유흥가에서 합동 방역점검을 진행하고 출입명부 작성 등 여부를 점검했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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