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불법파견 무마’ 정현옥 전 차관, 항소심도 무죄

“노동부 차관, 근로조건 자율개선 지시할 수 있어”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지난 6월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례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야당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현옥 차관. 이정우 기자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을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는 2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차관과 권혁태 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 전 차관은 2013년 7월 삼성전자서비스의 수시근로감독 발표를 앞두고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취지로 결론을 내리려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삼성전자서비스 쪽에 유리하게 결론을 바꾸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노동부는 2013년 9월 당초 예정보다 한 달 늦게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해 위장도급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날 “정 전 차관은 노동부 차관으로 근로조건의 자율개선을 지시할 수 있고 행정절차법에 따라 소관업무에 대해 행정지도를 할 수 있다”며 “정 전 차관이 실무담당자 등에게 삼성 쪽 근로조건 개선안 등을 지시한 것은 직무집행으로 귀결되고 의무 없는 일이 아니어서 이 부분을 무죄로 본 원심은 정당하다”며 1심과 같이 무죄 판단했다. 정 전 차관의 단독 범행으로 변경한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근로감독관들은 충분히 의견제시권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고 (정 전 차관이) 근로감독관의 권한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려워 정 전 차관의 단독범행으로 변경된 부분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항소심에서 방조 범행으로 공소장 취지를 변경한 권 전 청장에 대해서는 “수시근로감독을 주관하는 지방청장들에게 메일을 보낸 것이나 수시근로감독관에게 신중한 언어를 사용하게 한 사실 등은 있다”면서도 “이 자체가 근로감독관의 (판단) 방향을 변경하게 압박하거나 불법파견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것에 도움을 줬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윤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