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실효적 운영을 따져보기 위한 ‘전문심리위원’으로 홍순탁 회계사, 김경수 변호사가 지정됐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까지 모두 3명이다. 그러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재판부의 위원 선정과 평가 기간 지정 등에 이의를 제기하며 설전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9일 열린 이 부회장 재판에서 특검 쪽은 참여연대 소속 홍순탁 회계사를, 이 부회장 쪽은 고검장 출신 김경수 변호사를 전문심리위원으로 추천했다. 재판부는 준감위 활동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검토해 이 부회장의 양형사유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홍 회계사는 2016년 이 부회장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을 처음 제기했고, 김 변호사는 법무법인 율촌의 기업형사팀장으로서 삼성 불법합병 사건에 연루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의 변호를 맡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특검과 이 부회장 쪽은 상대방의 추천인을 ‘중립적인 인물로 볼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홍 회계사는 삼성 합병 사건 고발인이지만 이는 공적 목적을 가진 것이고, 기업범죄 관련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했고, “김 변호사도 기업범죄를 담당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역임해 기업범죄 수사의 공격과 방어 경험이 모두 있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지정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특검 쪽은 거듭 이의를 나타냈다. 특히 특검팀에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데 이어 이 부회장을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추가 기소했던 이복현 부장검사는 “홍 회계사는 공익적 목적으로 한 활동이지만 김 변호사는 개인적·경제적 이익을 얻는다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 목적의 활동과 영리 목적의 변론을 단순 비교할 수 없으며, 김 변호사가 제일모직-삼성물산 불공정 합병 과정에서 회계분식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될 예정인 회계법인을 변론하고 있기에 이 부회장과 이해관계를 같이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 제도는 법원 직권으로 결정된다. (합병) 사건 실체를 말하는 것은 전문심리위원의 점검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논쟁이 가열되자 재판부는 10분간 휴정을 선언했고 “저희가 검사나 변호인 결재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김 변호사를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했다.
재판부와 특검은 전문심리위원들의 심리 기간을 두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까지 평가를 마치게 하고 위원들의 의견 진술을 듣기로 했지만, 특검은 “자산 400조원인 삼성그룹의 준감위 활동 평가를 3주 안에 끝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결국 봐주기를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고 반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논의를 지난 1월에 시작했다면 하나하나 서로 합의를 했을 텐데 안타깝다”며 특검의 기피신청으로 재판이 10개월 지체된 점을 부각하며 일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재판에 출석했으며 다음달 초·중순께 결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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