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8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수능이 가까워진 것만으로도 불안한데 코로나까지 심각해지니 두배로 불안해요. 부모님도 선배들도 모두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잖아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볼 수도 없고요.”
강원도 강릉의 고등학교 3학년생 이형섭(18)군의 가족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이군은 학원이나 독서실에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한다. 부모도 출퇴근 외에는 외출을 삼가고 있다.
수능을 열흘 앞둔 23일, 코로나19가 3차 유행에 접어들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극도의 긴장이 감돌고 있다. 수능을 치르는 고등학교 3학년은 초·중·고교 시절 모두 감염병을 경험한 세대다. 초등학교 1학년인 2009년에 신종플루를, 중학교 1학년인 2015년엔 메르스 사태를 겪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자가격리 중인 고등학생은 이달 20일 기준 985명에 이른다.
수험생들은 수능일이 임박해 코로나19가 재확산되자 혼란에 휩싸였다. 재수생 권혁진(19)군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니 안갯속을 헤매는 것처럼 불안하다”며 “수험생 안전이 우선인가, 수능이 우선인가. 이렇게 강행하는 게 맞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고 토로했다. 대구에 사는 삼수생 김아무개(20)씨는 “학원에서 급식 먹을 때 마스크 벗는 것도 무섭다”고 했다.
부모들은 감염 위험에 노출될까 매일 돌다리를 두드린다. 서울에서 수험생 딸을 두고 있는 문아무개(49)씨는 지난주부터 딸을 학원에 데려다주는 경우를 제외하곤 외출을 안 한다. 지난주 회사 행사 때문에 부산에 내려가 다수와 접촉한 남편에게도 당분간 밖에서 지내라는 ‘엄명’을 내렸다. 문씨는 최근 뉴스를 볼 때마다 화가 난다고 했다. “방역수칙 안 지키는 사람 보면 화가 나요. 밤늦게까지 마스크 안 쓰고 술자리 있는 사람들 보면, 우리와 마음이 너무 다르구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수험생들에게 수능은 끝이 아니다. 수능 전후로 치러지는 논술·실기평가 등은 대학에 따라 확진자가 응시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재수생 김아무개(19)양은 “논술, 실기평가도 확진자가 시험을 치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증상이 있는 수험생도 (숨기지 않고)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수능일을 앞두고 확산세가 더 커질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수능 전까지 수험생이 감염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수험생과 가족들은 대면 접촉과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했다. 24일부터 수도권에선 2단계가 시작되지만, 통상 거리두기 강화 효과는 10~14일 뒤에 나타나기 때문에 수능일을 전후해 환자 증가세가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 수험생 김재연(18)양은 거리두기에 동참해달라고 말한다. “우리들 노력의 결실이 거리두기 하나로 바뀔 수 있어요. 행동 하나하나가 학생들을 웃고 울게 할 수 있는 만큼 잘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강재구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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