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상담·통번역·이중언어 이주여성노동자 처우개선 대책위원회’ 활동가들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여성에 대한 호봉제 도입, 비정규직 이주여성들의 정규직 전환, 1년 미만 쪼개기 계약 근절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내 거주 이주민들이 코로나19 감염병 유행 중에 정부의 각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언어 장벽’ 탓에 재난문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등 인권침해를 받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7일 이주민 640명(1차 부산 거주 333명, 2차 서울·경기 및 기타지역 3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실태를 설문조사 결과에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 1차 조사는 사단법인 ‘이주민과 함께’가, 2차 조사는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가 수행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긴급재난지원금 받을 수 없었다’(1차 37.8%·2차 30.8%)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재난문자를 받을 수 없었다’(1차 26.7%·2차 29.8%),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었다’(1차 18.9%·2차 16.6%)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보를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는 ‘정부의 긴급재난문자’(1차 28.8%·2차 65.1%)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주민의 입장에선 감염병과 관련한 객관적인 정보를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와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파악해야 하지만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고 있지 않어 내용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피해지원과 관련해 수혜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1·2차 모두 ‘알고 있는 지원 없다’는 답변(1차 39.7%·2차 61%)이 가장 많았다.
인권위는 “소득 감소로 인한 경제적 피해, 개학 연기·어린이집 휴원으로 자녀 돌봄의 어려움 등은 영토 내에 함께 존재하는 이주민 또한 겪고 있다”며 “재난 상황에서 이주민의 인권이 더 취약해지는 사례들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보고서에서 “같은 영토에서 같은 재난으로 더 큰 영향을 받는 이주민을 포함하는 재난대응정책이 요구된다. 국가는 이주민의 의사소통 통로에 적극 포함해 소외되지 않도록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오는 12월4일까지 코로나19에 침해된 이주민 인권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인권위 누리집에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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