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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치권 ‘호텔 거지’ 비난에 “청년 주거현실 걱정하는 거 맞죠?”

등록 2020-12-03 04:59수정 2020-12-03 09:38

최근 입주 ‘안암생활’ 여건에
“서울서 구하기 힘든 좋은 방”
한편으론 근본적 해결책 요청
“안정적 주거지 확보가 더 필요”
1일 서울 성북구에 문을 연 호텔 리모델링형 청년 공공임대주택이면서 사회적기업 아이부키가 위탁 운영하는 사회주택인 ‘안암생활’의 공유주방 모습. 연합뉴스
1일 서울 성북구에 문을 연 호텔 리모델링형 청년 공공임대주택이면서 사회적기업 아이부키가 위탁 운영하는 사회주택인 ‘안암생활’의 공유주방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성북구의 호텔 리모델링형 공공임대주택 ‘안암생활’ 내부 사진을 본 대학생 윤아무개(23)씨는 “큰 창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윤씨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5만원을 내며 서울 관악구의 원룸에 살고 있다. 책상 하나, 침대 하나가 간신히 들어가는 윤씨의 원룸은 고시원과 다를 바 없다 하여 주변 학생들 사이에선 ‘고시원룸’으로 불린다. 그는 “가방 하나로 다 가려질 정도의 작은 창이 나 있지만 그마저도 바로 옆 건물에서 안이 들여다보일까 두려워 맘대로 열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정부가 전세 대책의 하나로 호텔을 개조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정치권과 일부에서 “‘호텔 거지’를 양산한다”는 발언이 계속됐다. 하지만 2일 <한겨레>가 인터뷰한 청년들은 “‘호텔 거지’ 같은 비난은 되레 청년들이 처한 주거 현실을 외면하고, 청년 주거 대책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막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안암생활’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7만~35만원 수준으로 13~17㎡ 크기의 방을 월소득 185만원 미만 청년 등 122가구에게 공급했다. 윤씨는 “서울에서 이 정도 여건을 갖춘 5평 자취방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원룸에 사는 대학생 송아무개(26)씨도 “비슷한 임대료의 다른 자취방에 살아봤지만 간신히 몸을 누일 수 있는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며 “안암생활 정도면 서울에서 구하기 힘든 자취방”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월세를 부담하는 이아무개(32)씨도 “겨울 외투를 새로 살 때 보관할 공간이 없어 고민할 정도로 자취방이 굉장히 좁다. 옆방 사람들은 공용 복도에 따로 옷 상자를 둘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호텔 거지’ 비난에 대해서 “내 입장에선 이러한 여건도 감지덕지인데 졸지에 ‘거지’가 되어버린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호텔 임대주택이 공유주방과 공동세탁실을 사용해야 하는 점을 두고 일부에서 ‘오래 살 수 있겠냐’ 등의 우려를 하지만, 이씨는 “가격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울 서초구 원룸에 사는 직장인 장아무개(27)씨도 “오히려 공동공간에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또래들과 어울리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청년들은 “호텔 임대주택은 청년 주거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장씨는 “빠르게 주택 공급량을 늘리려는 시도는 인정하지만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의 원룸에 사는 대학생 최아무개(25)씨도 “정부는 호텔 임대주택이 ‘1인가구에 굉장히 좋은 환경’이라고 밝혔지만 ‘청년은 최소한의 생활만 해도 충분하다’는 인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청년 정책을 삶의 질이 아닌 ‘가성비’ 위주로 접근하는 시각은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박윤경 강재구 김윤주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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