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에 대한 평가를 위해 재판부가 지정한 전문심리위원도 준감위의 실효성 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겨레>가 입수한 전문심리위원단 보고서를 보면,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준감위의 실효성 및 지속가능성 △계열사 준법감시조직 실효성 △위법행위 예방 및 감시 등 16개 평가 항목 중 14개 항목에서 준감위의 미흡한 점을 지적했다. 강 위원은 “전반적으로 준감위가 회사 내부의 준법감시조직이 하기 어려운 최고경영진 감시 등 종전보다 강화된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총평하면서도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재판부가 이 두 기준을 이 부회장의 양형 판단의 핵심 척도로 삼겠다고 밝힌 만큼, 이러한 평가가 양형에 반영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강 위원은 준감위의 실효성에 대해 “회사 내 준법문화 향상에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위법행위 등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위험을 정의하고, 그에 따른 평가 및 점검 항목을 정하는 작업은 하지 않았다”며 총수 등의 불법행위를 사전에 감지할 수단이 부족한 점을 한계로 꼽았다. “관계사가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때 대외적 공표나 위원 총사퇴 등의 압박 수단이 있지만 제도적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도 짚었다. 강 위원은 “(준감위) 위원장과 위원 선임은 관계사 협의와 이사회 결정에 따라 정해져 그 인선 여부에 따라 위원회의 독립성이 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실효성 확보는 결국 최고경영진의 준법의지와 준법문화, 여론 감시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준감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강 위원은 “현 조직과 구성, 경영진의 지원, 준법문화, 여론의 관심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준감위의) 주요 관계사가 탈퇴하면 준감위는 사실상 그 존재 의의를 잃게 되는데, 협약상 관계사의 탈퇴를 막을 수 있는 규정은 없다”며 한계도 지적했다.
검찰이 지난 9월 기소한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에 대해 강 위원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기소 반대 의견이 있었고, 사안의 복잡성이 있다”면서도 “준법감시조직 차원의 사실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고발된 임원들에 대한 조처가 소극적인 점 등은 최고경영진 감시·감독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보험업법 개정에 따른 지분 문제 등 위험 평가와 △경영권 승계 관련 홍보비 지출 여부에 관한 사실조사 △삼성그룹 사업지원티에프의 실제 역할 등 총수 리스크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강 위원은 “사실관계 파악 등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준감위 관계자는 “준감위는 협약을 통해 만들어진 조직이기 때문에 강제성이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를 갖는다”면서도 “위원들은 국민 여론에 힘입어 높은 도덕적 의무감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도 전문심리위원단의 평가를 끝으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특검은 전문심리위원단 평가 내용만으로는 심리가 미진하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불리한 양형 자료 파악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점을 지적했지만, 재판부는 21일 보고서 내용에 관한 양쪽 의견을 들은 뒤 30일 결심을 하기로 했다.
장예지 송채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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