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시급히 추진해야 할 5대 사회안정망 대책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인권·의료·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코로나19 관련 지원활동을 이어온 시민사회단체가 “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사회-정부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으로 이뤄진 ‘코로나19 타파연대’는 올해 상반기 시민사회에서 이뤄진 코로나19 대응 활동을 돌아보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감염병 위기단계가 ‘심각’ 수준으로 올랐던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진행됐던 전국 시민단체 활동 584건을 분석하고 활동가 26명을 인터뷰한 내용 등이 담겼다. 단체는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소수자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는 등 의미가 있었다”면서도 “시민사회와 정부가 일상적으로 협력하고 활동을 연계할 체계는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를 보면 감염 위기 지역에 마스크 등 생필품을 지급하고 이주민·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도왔던 시민단체 대부분이 정부 지원 없이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야 했던 상황이 드러났다. 전체 활동 678건(중복 포함) 중 자체예산을 통한 활동은 553건(81.6%)인 반면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은 비중은 5.8%(39건)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시민사회엔 재원 자체가 부족하다. 현재와 같은 재원조달 방식은 또 다른 사회경제적 재난이 발생하거나 위기가 장기화될 시 지속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활동가들도 “사각지대 지원 등 정부와 시민들 간 중간 연결다리 역할을 하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해 정부가 재원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제준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공동상황실장은 “상황실 활동가 7∼8명이 회의하고 밥도 못 먹는 상황이다. 전문가가 연구를 하려 해도 재원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 정책 시행 과정에서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하는 창구가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민제 ‘대구장애인지역공동체’ 사무국장은 “대구 지역에서 장애인 확진자가 처음 나왔을 때 시청 담당 주무관이 ‘혼자 잘 기다리라고 하라’고만 하는 등 조처가 부족했다”며 “결국 새벽 5시에 상근 활동가 4∼5명이 직접 방호복을 입고 확진자의 집에 들어가 안내를 했다”고 지적했다. 의료진 식사지원, 취약계층 방역물품 지원 등의 활동을 했던 ‘글로벌케어’의 백은성 상임대표도 “각 구청마다 도움이 시급한 사람들의 명단을 갖고 있는데도 민관을 총괄하거나 연결할 시스템이 없어서 시민사회단체가 알음알음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민간단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제로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민관협력반 운영을 통해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해왔고,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퍼졌던 지난 5월엔 시민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익명검사를 도입해 자발적 검사를 이끌어내는 등 방역 성과를 냈다. 코로나19 타파연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명시된 ‘안전관리 민관협의회’ 등 민관협력 협의체를 활성화해 다양한 대응활동을 조직적으로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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