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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재판부, 도입 제안했던 삼성 준감위 ‘경영 불법’ 통제 역부족 판단

등록 2021-01-18 19:39수정 2021-02-05 21:00

“준감위 본질은 감형 아닌 위법 예방”
선제적 대비·감시책 미흡 해석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이 열린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이 열린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명을 가른 것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도입을 권고한 준법감시제도였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삼성 쪽에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도입을 제안하며 희망에 부풀게 했지만, 18일 최종 결론은 실형 및 법정구속이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준법감시 본질은 감형 아니다”

“준법감시제도 본질은 위법행위 예방에 있는 것이지 감형에 있는 것이 아니다. 피고인(이재용)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새로운 삼성 준법감시제도가 그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삼성의 준감위 활동을 양형사유로 반영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준감위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정의하고 여기에 대비한 선제적 위험 예방과 감시 활동을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불거진 대외후원금 형태로 지출하는 방식의 위법행위에 대한 대비책도 미흡하다고 봤다. 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후신으로 평가받는 사업지원티에프와 같은 컨트롤타워 조직에 대한 감시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현재의 준감위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행위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도 삼성 쪽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재판부는 현재 준감위와 협약을 맺은 7개 관계사 외에도 “최고 경영진의 위법행위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에스디에스(SDS)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생 사건 당시 이 기업이 비상장기업이었고,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분식회계나 증거인멸 등) 다수 형사사건이 발생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꼬집었다. 또 검찰이 지난해 9월 이 부회장을 추가 기소한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과 관련해서도 “준감위 출범 전 사안이라거나, 1심 판결이 아직 선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준감위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과거 정치권력에 뇌물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했던 허위 용역 계약 방식을 ‘법적 위험’ 요소로 보고 관리할 필요가 있는 등 제도도 보완해야 한다”며 “과거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등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에서 비자금이 조성된 방법을 삼성이 스스로 분석해 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재판부, ‘작량감경’ 거쳐 실형 선고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뇌물’의 성격 또한 양형 판단의 핵심 요소였다. 이 부회장 쪽은 박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적 요구에 따라 수동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반면 특검은 이 부회장 역시 승계 작업을 위한 청탁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다며 감형이 아닌 ‘가중’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긴 하지만 승계 작업을 돕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며 이 부회장의 ‘수동적 공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삿돈으로 뇌물을 조성한 횡령 혐의에서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라는 양형 가중 사유를 더했고, 뇌물공여 혐의에서도 △적극적 증뢰 △청탁 내용이 불법하거나 부정한 업무집행과 관련된 경우를 가중 사유로 인정한 것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먼저 뇌물을 요구했고 △업무상횡령 피해가 전부 회복된 점 △대통령의 뇌물 요구 거절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 등을 감형 사유로 인정했다. 이를 모두 종합한 대법원 양형기준의 이 부회장 양형 권고 범위는 징역 4년~10년2개월이었지만,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양형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며 그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이는 법관의 재량에 따라 형을 절반으로 깎아주는 ‘작량감경’을 적용한 결과다. 이 부회장의 경우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어서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해야 했지만, 작량감경을 거치면서 최종 형량은 징역 2년6개월로 줄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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