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열린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 부회장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재상고를 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의 법률대리인인 이인재 변호사는 25일 “이 부회장은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재상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86억여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국정농단 뇌물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마무리됨에 따라, 2017년 2월 구속 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이 부회장은 앞으로 약 1년6개월의 형기를 더 채워야 한다.
이 부회장 쪽은 파기환송심 판결이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죄 판단을 따른 것이어서 대법원에 사건이 다시 올라가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고 재상고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영수 특검팀도 이날 “징역 5년이 구형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된 것은 인정된 범죄사실과 양형기준에 비춰 가볍지만 상고이유로 삼을 수 있는 위법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파기환송심에서 선고한 판결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취지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해 재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특별사면과 가석방 등을 염두에 두고 판결 확정을 서두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가 재점화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 역시 형을 확정받고 사면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실리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취지다. 앞서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도 조세포탈·횡령 등의 혐의로 2015년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재상고했지만 특사 방침이 알려진 2016년 7월 재상고를 취하했고 그해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그러나 삼성 쪽에선 특사나 가석방 등을 염두에 두고 이 부회장이 재상고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며 가석방은 형법상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우면 요건이 되지만 통상적으로 80%를 넘겨야 가능하다. 현재 형기의 40% 정도를 채운 이 부회장은 앞으로 1년은 더 수형생활을 해야 가석방 검토 대상이 된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별개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으로 다시 기소된 상황이어서 가석방이나 특사로 출소한다고 해도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도 않는다. 삼성 쪽 관계자는 “재상고심은 법률심이어서 실익이 없고 확정을 지연시키더라도 수개월 미뤄지는 것을 빼면 별다른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가석방과 사면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조윤영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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