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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조주빈, 박사방 잠입 경찰에 “영상 유포” 주문…수사관은 고민에 빠졌다

등록 2021-04-01 10:09수정 2021-04-01 10:27

9월부터 아·동·청소년 디지털성범죄 수사때
비공개·위장수사 가능
학계 “위장수사 국민 신뢰 얻기 위한 통제 필요”
조주빈(25)이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단
조주빈(25)이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단

“아동·청소년 불법 촬영 영상을 다른 (대화)방에 올리고 공유한 뒤 인증하지 않으면 방에서 퇴장시키겠다.”

2019년 11월 26일 텔레그램 불법 성착취물 유포를 수사하던 경찰에게 조주빈(25)이 말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유나겸 팀장은 고민에 빠졌다. 공금 10만원을 가상화폐로 바꿔 송금하고 텔레그램 성착취물 공유방에 들어가려 했으나 조주빈은 경찰·기자가 있을 수 있다며 인증절차를 추가했다. 공금을 투입해서 수사를 시작했지만 경찰이 불법을 저지를 수는 없었다.

고민에 빠진 경찰은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에 문의했다. “(불법)영상 유포하지 않으면 잠입했던 방에서 쫓겨나게 생겼는데요”라고 묻자 검찰은 화를 내며 말했다.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기관이 수사 실익을 내세워 그런 일을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수사를 중단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자가 계속 늘었다. 경찰은 다시 수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침 2020년 1월께 조주빈은 여러 곳에 글을 올려 “70만원을 주면 고액방인 ‘위커방’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 예전처럼 신분인증이나 불법행위를 시키지 않겠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경찰은 다시 70만원을 송금하고 단서를 잡으려 했는데 이번에도 조주빈은 신분증과 사진을 찍어서 보낼 것을 요구했다. 더는 수사를 지체할 수 없었던 경찰은 지인의 신분증과 사진을 빌려 전송한 뒤에야 불법 영상물 공유방에 잠입해 수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오는 9월부터 경찰은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할 때에 ‘비공개·위장수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공포된 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소지·유통 등에 관한 수사 △성인이 성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하는 행위(온라인 그루밍) 등의 범죄를 수사할 때에는 비공개·위장수사를 할 수 있다.

유나겸 팀장의 ‘후일담’은 3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진행된 ‘청소년성보호법 개정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서 발표됐다. 국회 권인숙(더불어민주당)·양금희(국민의힘) 의원이 주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경찰청과 여성가족부는 개정법 내용을 점검하고, 디지털 성범죄 수사의 나아갈 방향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새롭게 도입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방법은 ‘신분 비공개 수사’와 ‘신분위장 수사’로 나뉜다. 비공개 수사는 경찰관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범인에 접근해 증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수사부서장의 승인을 받아 실시할 수 있다. 위장수사는 신분위장 문서(가짜 신분증)를 사용할 수 있고, 위장신분으로 계약, 성착취물 판매 광고까지 할 수 있다. 다만, 위장수사는 비공개 수사와 달리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앞으로 ‘박사방 범죄’처럼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은 가짜 신분증을 활용해 용의자와 접촉하고 범행 증거를 수집할 수 있다. 유 팀장은 “수사를 다시 한다면 위장신분으로 유료방 잠입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신분 노출 방지, 수사관 불안감 해소 등을 통해 효율적인 수사를 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그는 두 가지를 건의했다. 유 팀장은 “위장수사는 최대 1년까지는 3개월마다 연장이 가능하나, 비공개 수사는 최대 3개월이라는 기한의 제한이 있어 기간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법으로는)피해자 중 ‘아동·청소년’이 없다면 신분위장 수사는 불가능한데 성인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도 위장수사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들은 디지털에서의 성범죄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의 범죄에도 위장수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남경찰서 박미혜 여성청소년과장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서 나아가 성매매 행위까지 위장수사 특례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피해자 발생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없어도 피의자를 처벌할 수 있는 구성요건(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의 내용을 규정한 법률요건) 법안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종상 총경, 조은경 동국대 교수, 김창룡 경찰청장,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경찰청> 제공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종상 총경, 조은경 동국대 교수, 김창룡 경찰청장,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경찰청> 제공

그러나 학계에선 위장수사를 허용한 법은 조심스럽게 운용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림대학교 장윤식 교수(글로벌학부)는 “위장수사는 범죄 억제 및 효과적인 수사에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통제 노력도 필요하다”며 “위장수사가 얼마나 합법적으로 잘 관리되고 효과적으로 활용되는지가 경찰 수사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위장수사 기법이 일찍부터 도입된 영국에서는 위장 수사관의 일탈 행위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며 “영국은 위장수사에 관한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사이트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창룡 경찰청장은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가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앞으로 대통령령 개정과 실무 가이드라인을 차질없이 마련해 법 시행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위장수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디지털성범죄자를 반드시 검거하고 피해자가 안심할 수 있는 사이버공간을 만드는데 경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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