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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페미니즘이 ‘이남자’ 지지 이탈 원인이라는 ‘손쉬운’ 분석 너머

등록 2021-04-17 21:28수정 2021-04-23 09:46

[한겨레21]
지난 4년간 20대 남녀 지지율 추이 살펴보니…
젠더 이슈 내세워 ‘이남자 이탈’ 설명하는 민주당의 오판
서울시장 보궐선거 마지막 유세가 열린 2021년 4월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거리에서 젊은 유권자들이 오세훈 후보자의 연설을 듣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마지막 유세가 열린 2021년 4월6일 저녁,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거리에서 젊은 유권자들이 오세훈 후보자의 연설을 듣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이남자’(20대 남자) 타령이 다시 여의도를 휩쓴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특정 세대가 아니라 전 연령대, 전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다 빠진 결과”(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전문위원)인데도, 여권은 유달리 ‘20대 남성’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젊은 남성들의 쓴소리를 듣겠다며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했다가 ‘퇴짜’를 맞고 결국 사과했다. 당내 선거 리뷰 모임에선 한 남성 의원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우리가 20대 남성의 지지를 잃은 건 페미니즘 때문”이라 말했고, 다른 “일부 의원” 역시 “‘선거 패배는 페미니즘이 넘친 탓’이란 주장을 정설로 받아들인다”는 보도도 나왔다.(4월14일치 <한국일보>)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의 분석은 틀렸다. ‘72.5%’(18~29살 남성 가운데 오세훈 후보를 뽑은 비율·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기준)와 ‘15.1%’(같은 연령대 여성이 ‘기타 정당’을 뽑은 비율)란 두 숫자만을 절댓값으로 비교해 생긴 오류다. 오히려 정치·사회학자들은 “선거 패인은 현 정부의 일관되고 굳건한 지지층이었던 20대 여성의 이탈”이라고 분석한다. 민주당이 자성하는 대신 ‘페미니즘’과 ‘성평등 정책’을 희생양으로 삼고 선거 패인을 외부에서 찾아, 무능함을 희석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당에서 돌아선 ‘집토끼’는 20대 여성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6월부터 재보궐선거 직전인 2021년 3월까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문재인 정부 국정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조사를 시계열로 살펴보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은 2030 여성이었다. 국정 지지율은 출범 초기인 2017년 6월 94%(20대 여성), 87%(20대 남성)로 남녀 모두 높았지만, 2018년 1월 20대 남성 지지율은 반년 만에 68%로 떨어졌다. 20대 남성 지지율은 같은 해 11월 50%대 밑으로 추락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최저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에 대해 처음 사과한 2021년 1월과 2월에 나왔는데, 모두 18%를 기록했다.

반면 20대 여성 지지율 하락은 눈에 띄게 더디다. 이들은 20대 남성에 견줘 평균 20%포인트가량 높은 국정 지지율을 꾸준히 보였다. 이 지지율은 2020년 10월에야 처음으로 50%를 밑돌았다. 정한울 위원은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이미 (선거 전에) 빠져 있었다. 선거 초기 여야가 균형 상태를 보인 건 이 때문인데, 균형 상태가 무너지며 야당으로 쏠린 데는 20대 여성의 이탈이 컸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번 선거는 “민주당과 페미니스트의 대립 전선이 부각된 선거”(신경아 한림대 교수)란 평가가 나온다. 우선 서울·부산 모두 전임 시장의 성폭력 문제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였다. ‘피해호소인’이란 단어를 주장했던 여성 의원 3명이 박영선 캠프의 요직을 맡다가 피해 당사자의 기자회견 이후에야 사퇴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상호 의원 등의 2차 가해성 발언도 이어졌다.

박영선 후보가 여성이지만 ‘페미니스트 후보’는 아니라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그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한 뒤에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자에게 뒤늦게 사과했고, “공보물에 ‘엄마’임을 강조하며 돌봄 역할을 잘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여성 A)를 해서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겨레21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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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은 정책 평가 전반에서 ‘부정적’

신경아 교수는 “(페미니즘에서 선거 패배의 원인을 찾는 건) 좌절과 분노의 경험을 원한의 정치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정치를 하는 정당은 몰락할 수밖에 없다. 정당은 정치적 올바름을 포기하면 안 되는데 (민주당이) 이미 당헌·당규를 개정해 후보를 냈을 때부터 내리막길이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비판했다. 정한도 민주당 용인시의원은 4월15일 당대표 선거 후보로 등록하며 “여성우대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지만, 해당 정책이 무엇인지 구체화하지 않은 채 공허한 레토릭만 반복했다. 신 교수는 “당내 개혁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20대 여성과 페미니즘을 표적으로 삼는 건 매너리즘에 빠진 게으른 분석”이라고도 덧붙였다.

물론 젠더 이슈가 문재인 정부에서 공론장을 활발히 달군 화두였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미투(Me too), 불법촬영, 엔(n)번방 사건 등 사회적으로 굵직한 의제가 계속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정부 답변을 받은 청원 98개 중 39개(39.8%)가 젠더 이슈 관련 청원(2019년 7월 기준)이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국정 지지율이 꺾인 ‘변곡점’에 젠더 이슈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한국갤럽은 2018년 9월(국정 지지율 20대 남성 59%, 여성 69%)에 “문 대통령 취임 1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긍정·부정 평가 격차가 10%포인트 이내로 줄었다. 지방선거 이후 부정평가 이유에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줄곧 40% 안팎을 차지하는 가운데 최저임금·일자리·소득주도성장 논란, 부동산시장 불안정 등이 심화하며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시 정부는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조국 사태’(2019년 9월) 때는 성별을 막론하고 20대 국정 지지율(남성 31%, 여성 52%)이 하락해 그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2020년 6월·남성 37%, 여성 60%) 때와 부동산 문제를 사과한 ‘2021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2021년 1월·남성 18%, 여성 37%) 때도 지지율은 함께 떨어졌다.

성별에 따라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20대 여성은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2020년 7월·51%)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50%대로 떨어졌다. 20대 남성에겐 더 다양한 변곡점이 나타난다.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2018년 1월·68%),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2018년 2월·61%), 불법촬영 규탄 시위(2018년 7월·64%), 서울 이수역 폭행사건(2018년 11월·49%),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휴가 특혜 논란(2020년 9월·27%) 등이다. ‘젠더 갈등’으로 불리던 사건이 일어난 때와 지지율이 하락한 시기가 일부 겹치는 모습이 눈에 띈다.

2018년 6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다음 카페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가 연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 장면. 한겨레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2018년 6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다음 카페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가 연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 장면. 한겨레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586세대의 소망, 20대에게 투사”

한국갤럽은 과잉 해석을 경계했다.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이 계속 떨어져 20대 여성과 20%포인트 넘는 차이를 처음 보인 건 2018년 11월이다. 한국갤럽은 한 달 뒤인 12월에 “최근 대통령 직무 긍정률을 보면 20대에서 유난히 성별 격차가 크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격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젠더 이슈를 지목하지만, 문 대통령 취임 이래 직무 평가 이유에서 (이 이슈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바는 드물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20대 남성은 대통령 직무뿐 아니라 현 정부의 대북·외교·경제·고용노동 정책 평가에서도 20대 여성보다 대체로 부정적”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젠더 이슈, 지지율과 관련해 ‘오판’을 반복했다. 20대 남성이 애초 ‘진보적’이거나 ‘민주당 지지자’가 아님에도 착시효과나 편견에 갇혀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최성용 ‘세상을 바꾸는 꿈’ 청년이사는 “19대 대선 직전인 2017년 5월7∼8일 실시한 한국갤럽의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50%, 남성의 29%가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정권 출범 이전부터 이미 20대 남성이 20대 여성보다 문재인 당시 후보자를 20%포인트 정도 덜 지지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갓 출범한 정권에 대한 기대효과”를 걷어내고 “대선 직전의 지지율을 기준으로 2018년 12월 20대 남성의 지지율 41%를 비교하면 다른 연령·성 집단보다 특별히 더 (민주당 지지율이) 감소했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을 문제 삼는 것은 20대(특히 남성)가 민주주의와 진보의 편이어야 한다는, 그래서 20대가 민주 진영 편에 서는 게 당연하다는 소망적 사고”라고 본다. 586세대인 자신이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모습과 똑같은 모습을 20대가 갖고 있을 거라 믿고 이를 일방적으로 투사하는 행태다. 최 이사는 이러한 모습이 586세대가 “자신의 옳음과 정의로움을 20대 남성의 표를 통해 확인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청년이 지닌 다양한 차이점은 간과되고 20대의 주체성은 삭제된다. 이런 경향은 특히 “페미니즘이 20대 남성의 지지 대열 이탈의 원인이라는 손쉬운 분석을 낳고, 정치적 주체로서 여성의 존재를 교묘히 지워버린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실제 ‘이남자’ 지지율 하락이 정부의 성평등 정책이나 페미니즘에 있다는 분석은 번번이 실패했다. ‘이남자’의 목소리에 집중하겠다며 토론회를 열거나(2019년 1월, 표창원 전 의원), “20대 여성은 민주화 이후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집단이기주의’ 감성의 진보집단으로 급부상했다”(2019년 2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 문건)는 분석을 내놓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오히려 20대 남성의 국정 지지율은 더 떨어져 30%대에 머물렀다.

도리어 민주당 의원들이 나서서 20대 유권자를 폄하하며 이들에게 선거 패배의 원인을 떠넘기는 일이 되풀이됐다.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을 두고 “교육을 제대로 받았나 하는 의문이 있다”(설훈 의원, 2019년 2월)거나 “거의 60∼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반공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적대의식을 심어줬기 때문”(홍익표 의원, 2019년 2월)이란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박영선 후보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2021년 3월26일 선거 유세 중 20대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자 “20대의 경우 과거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는 40대와 50대보다는 경험치가 낮지 않나”라고 답해 논란을 자초했다.

청년 내 ‘젠더 격차’ 과장돼 있어

‘20대 남성’의 성평등 의식과 관련한 연구 결과를 들여다보면 ‘72.5%(20대 남성)가 페미니즘 때문에 돌아섰다’는 결론에 도달하긴 더욱 어렵다. 2017년 실시한 ‘시민의식 조사자료’(한국민주주의연구소·한국리서치) 등을 토대로 전국 성인남녀(20~40대) 1012명의 이념 성향과 젠더 의식을 비교분석한 ‘20대 남성 현상 다시 보기’ 논문(최종숙, 2020년)은 “20대 남성의 성평등 의식은 3040세대 남성보다 더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20대 남녀의 성평등 의식 격차도 다른 세대 남녀에 비해 크다고 하긴 어렵다”며 “한국 사회의 젠더 문제가 심각하다면 20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대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

오히려 연구는 “20대 남성이 왜 ‘페미니즘’이란 단어에 거부감을 갖게 됐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의 다양한 결을 무시하고 무조건 ‘페미니즘이 문제’라고 보도해온 언론의 잘못은 없는지 페미니즘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 정책은 왜곡되거나 부족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김수아, 2018년)는 것이다.

박선경 인천대 교수(정치학)가 2003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종합사회조사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도 유사하다. “청년 세대 내에서 여성과 남성 간 이념은 유의미하게 다르지 않았”고 “전통적인 가정 내 성역할에 대해서는 청년 여성이 가장 강하게 반대하고 있었지만, 가부장적 문화에서는 청년 집단 전체가 남녀 차이 없이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또 “일부 연구들이 제기하는 청년 세대 내 젠더 격차가 과장돼 있음을 확인했다”며 “일부 정책 이슈에 대한 태도에 차이가 있지만 이것이 이념 형성에 유의미한 차이를 주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1년 뒤 대통령선거에서도 20대 지지율은 유사한 형태를 그리게 될까? 적어도 “명백하게 민주당이 청년의 삶에 있어서 유능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청년 이슈를 선점하거나 (의제를) 감각해내는 감수성도 없다”(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면 그럴 것이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가장 진보적 성향을 지닌 청년 집단조차 조국 사태 때 돌아섰는데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집토끼’(20대 여성)마저 날리겠다는 발언을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 과정 등을 비춰볼 때 택배나 배달 노동자들, 서울 구의역 김군처럼 실제 청년의 삶에 민주당은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남자’ 타령은 이번에도 허공에 맴돌 가능성이 높다. “(30대로 넘어가지 않고) 20대에 취업하는 게 꿈”(20대 남성 ‘복숭아’)이고 “서울에서 6년 새 4번 이사해야 할 정도로 안정적인 주거가 어려운”(20대 여성 A) 삶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과 “지금 민주당이 ‘이남자’에게 취하는 태도는 국민의힘의 반페미니즘적 전략이 유의미하다는 걸 인정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것”(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이란 자각이 뒤따르지 않는 한 말이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 참고 문헌

‘민주당이 ‘페미니즘 과다’로 선거에서 졌다는 말, 사실일까’, 조소진, <한국일보>, 2021

‘20대 남성 담론을 질문한다’, 최성용, <황해문화>, 2019

‘‘20대 남성현상’ 다시 보기: 20대와 3040세대의 이념성향과 젠더의식 비교를 중심으로’, 최종숙, <경제와 사회>, 2020

‘젠더정치의 미디어 프레임, ‘그 페미니즘’’, 김수아, <황해문화>, 2018

‘젠더 내 세대격차인가, 세대 내 젠더격차인가?: 청년 여성의 자기평가이념과 정책태도 분석’, 박선경, 한국정당학회보,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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