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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백신 맞은 지적장애 아들, 이상반응 말못할까 걱정”

등록 2021-04-20 04:59수정 2021-04-20 07:57

장애인 위한 백신정보·지원 미비
접종 뒤 열나고 경기 일으켜도
상담할 창구 없어 부모들 불안
접종센터 수어통역 전화 없고
휠체어 이동 불편한 곳도 많아
“유형별 맞춤형 관리체계 시급”
19일 오전 광주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75세 이상 주민들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받기에 앞서 자원봉사 의료진의 도움으로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광주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75세 이상 주민들이 화이자 백신 접종을 받기에 앞서 자원봉사 의료진의 도움으로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 다니는 지적·자폐성 장애인 박창윤(32)씨는 지난 16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어머니 하좌향(58)씨는 백신 접종 이후 계속 마음을 졸였다고 한다. “아들이 추운지 이불만 자꾸 덮고, 열이 나고 경기를 일으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어요. 표현을 잘 못 하니 근육통이나 두통처럼 직접 말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증상을 겪거나, 혈전이 생기는 걸 모르고 놔둘까 봐 걱정이에요.”

같은날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지적·자폐성 장애인 아들을 둔 전일신(60)씨도 “아들이 백신을 맞은 후 나타나는 증상에 대해 ‘엄마 진짜’라는 말밖에 하지 못해 걱정됐다”며 “답답한 마음에 자녀를 같은 장애인 시설에 보내는 부모들끼리 메신저로 백신 접종 이후 증상을 공유했다. 이런 증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나 전문가에게 상담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달부터 장애인 시설(거주·주간보호) 입소자 등 일부 장애인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지만, 장애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정보 제공이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장애 유형을 고려한 백신 접종·사후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은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유병률이 비장애인보다 높고, 면역력이 약한 경우가 많아 백신 접종 전후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19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설명을 보면, 지난해 12월9일 기준 국내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사망자 비율은 7.5%로 비장애인(1.2%)에 견줘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페이지. 호주 보건부 누리집 갈무리
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페이지. 호주 보건부 누리집 갈무리

하지만 장애인들은 예방접종센터를 찾고 관련 정보를 얻는 데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호주 보건부 등 해외 주요 국가는 누리집을 통해 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정보를 따로 제공하는데,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 등에선 이러한 정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달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청각장애인 ㄱ씨는 의사소통 도움 그림·글자판(AAC)이나 수어통역 영상전화기 등이 설치돼있지 않아 예진표 접수부터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ㄱ씨는 지인에게 부탁해 동행할 수밖에 없었다. 청각장애인 강아무개(75)씨도 최근 아들을 통해 예방접종센터에 전화해 “허리가 아파 주사 치료를 받고 있는데 백신을 접종해도 괜찮냐”고 문의했다가 “당일 문진할 때 물어봐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청각장애인이라 소통이 어렵다고 하니 센터 쪽은 “현재 통역용 영상전화기가 설치돼있지 않다. 전화하신 분이 같이 와달라”고 말했다. 결국 강씨 아들이 휴가를 내고 접종센터에 동행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백신 접종센터에 의사소통 도움 그림·글자판 등을 비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한 백신 접종 장소 역시 장애인들의 ‘백신 접근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뇌병변 장애인 황인현(50)씨는 “보건소는 문턱이 높거나 문이 좁은 경우가 많아 휠체어로 이동하기 불편한데, 백신 접종을 위해 여러 차례 가야 하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주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건강권위원회 간사는 “예방접종센터가 주로 보건소인데, 보건소는 편의시설 설치율이 낮아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렵다”며 “긴 시간 투석을 해야 하는 신장 장애인 등 아예 보건소까지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도 있는 만큼 장애별 특성을 적극 고려한 정보 제공, 편의시설 설치, 접종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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