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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최숙현 죽음, 업무상 재해”…체육계 집단 따돌림 첫 산재 인정

등록 2021-04-21 13:38수정 2021-04-21 20:07

지난 8일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 결정
“최숙현의 죽음은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
팀 내 가혹행위·관계부처 외면 등 원인으로 꼽혀
스포츠계 산업재해 인정 이번이 처음
지난해 7월 철인3종 선수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의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해 7월 철인3종 선수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의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뒤 세상을 떠난 고 최숙현 선수의 죽음이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한겨레>가 입수한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보면, 근로복지공단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위원회)는 최숙현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씨가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에 대해 지난 8일 만장일치로 최숙현 선수의 죽음이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이라고 인정했다. 최씨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적응장애’ 상태에서 벌어진 극단적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경주시체육회와 1년 단위 계약을 맺는 실업팀 선수였던 최씨는, 경주시청팀 내 가혹행위에 시달린 뒤 지난해 6월 가해자에 대한 형사고소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머니에게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위원회는 최씨가 팀에서 당한 가혹행위를 죽음의 원인으로 꼽았다. 고인이 경주시체육회 소속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갈등, 따돌림, 폭행 등을 당한 사실이 확인되고, 당시 불안과 공황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최씨는 2017∼2019년 소속 팀 감독과 트레이너, 선배 선수 등에게 뺨이나 머리를 맞는 등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고, 이들의 강요로 억지로 빵을 먹는 등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관계기관의 부적절한 조처도 문제로 꼽혔다.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행정적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받은 심리적 압박이 최씨의 죽음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최씨의 유족은 고인이 2020년 부산시체육회로 팀을 옮긴 뒤 가해자를 형사고소하고 경주시청·경주시체육회·국가인권위원회·대한체육회 등 관련 기관에 진정했으나 이들 기관의 외면을 당했고, 이로 인해 최씨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실업팀 선수로서 받았을 업무상 스트레스도 지적됐다. 실업팀 선수는 연봉 계약직으로, 성적에 따라 연봉 삭감이나 계약 해지를 당할 수 있는 등 직업적 불안정성이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선수 성적이 감독, 코치의 연봉에 영향을 준다는 점도 주목했다. 또 훈련 외적으로 식단 관리에 대한 압박이 있고, 숙소 생활로 동료 선수의 간섭이 지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스포츠계에서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업팀 선수들은 4대 보험 적용을 받는 기간제노동자로, 부상이나 가혹행위 등을 겪을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선수들조차 자신을 노동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드물어, 이런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이번 결정은 앞으로 진행될 항소심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선 1심 재판에서 김규봉(43) 전 감독은 징역 7년, 안주현(46) 트레이너는 징역 8년, 장윤정(33) 전 선수는 징역 4년, 김도환(26) 전 선수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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