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소속 노무사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콜센터 상담사를 상징하는 피에로 가면을 쓰고 갑질을 당하는 모습을 연출을 하고 있다. 직장갑질119 제공.
“지금 저희가 재택을 한다고 했지만 이게 거리 두기를 위한 재택근무라고 볼 수는 없는 게 10%가 되다 보니까…저희가 제가 앉아있는 줄에 5명 있거든요. 그러면 띄엄띄엄하면. 두 명. 두 명이 없어지면 그러면 3명 이렇게 해야 하는데 그런 거는 전혀 없어요. 거리 두기하고는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약간 형식적으로 재택근무를 진행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공단 콜센터 3년차 상담사 ㄱ씨)
“37도, 37도, 38도가 나왔어요. 그러면 조금 이따 다시 (체온을)재요. (…) 뭐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아프다는데 그냥 이따 오라고…“ (은행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6년차 상담사 ㄴ씨)
코로나19 집단감염 이후 나온 정부에서 발표한 콜센터 방역지침이 현장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노동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17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광화문 빌딩에서 ‘코로나19가 콜센터 노동환경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 1~4월 각기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 13명을 상대로 심층 면접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고용노동부는 근무 중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근무자 간 거리 두기(최소 1m) 또는 칸막이 설치 의무화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현장의 사정은 달랐다. 은행콜센터 노동자 ㄴ씨는 “일부 재택근무를 해도 (공간이) 여유로운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상체온이 될 때까지 체온을 반복적으로 검사해 업무를 수행하도록 요구하거나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접촉을 한 경우에도 ‘당일 연차사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출근을 요구받았다는 증언도 있었다.
연차·병가 사용을 제한받는 경우도 많았다. 자동차 보험 콜센터 8년차 상담사인 ㄷ씨는 “팀 내에서 알아서 휴일을 조정해야 했는데, 반드시 써야 하는 날이 있어서 출근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회사에서 ‘마이너스 4점. 무단 결근 처리’라고 공지를 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회사가 노동자의 건강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를 저질러도 콜센터 노동자들은 성과 평가를 의식해 항의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기본급이 적어 상여금 등 인센티브를 받아 부족한 임금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사에 응한 상당수 콜센터 노동자는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만 받고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이 인상됐다 하더라도 기본급과 별도로 지급됐던 복리후생비가 삭감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본급이 오르는데 회사가 식비를 다 깎았어요.” (자동차 보험 콜센터 노동자 ㄹ씨)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식대를 기본급에 포함했어요. (…)월급을 올려주지 않는 시스템이지요.” (은행 콜센터 노동자 ㅁ씨)
화장실 이용 같은 기본권을 제한받는다는 증언도 나왔다. 배달 앱 콜센터에서 근무했던 ㅂ씨는 “출근 뒤 1시간 동안에는 화장실에 갈 수가 없다”고, 지자체 콜센터 노동자 ㅅ씨는 “(회사가) 점심시간 1시간 전에는 화장실을 가지 마라(고 해요)”고 털어놓았다.
직장갑질119는 “정부의 방역지침이 현장에서는 무력화되고 있고 이는 코로나19의 위험을 더욱 가중할 수 있다. 불법적인 연차휴가 거부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감독과 조치가 필요하다”며 회사가 △연차휴가 보장 △유급 병가 제도화 △재택근무 기준 마련 등을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