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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저는 스타트업 대표의 감정 쓰레기통이었습니다”

등록 2021-06-06 16:15수정 2021-06-07 02:16

직장갑질119 스타트업 피해사례 공개
“할 줄 아는 게 뭐냐” 조롱·폭언은 예사
근로기준법 무시해도 된다는 인식도 문제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다 대표에게 2개월 동안 괴롭힘을 당하고 해고를 당했습니다. 8시에 출근해 점심시간도 없이 밤늦게까지 일을 했고 휴일에도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대표는 저에게 생산성이 낮아서 야근한다고 했습니다. 모든 직원이 있는 앞에서 조롱하고 능력이 떨어진다며 시말서를 쓰게 했습니다.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연봉을 40% 삭감하고, 제가 하던 보직을 변경해 아르바이트가 하는 일을 시켰습니다. 대표는 스타트업이라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된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다녔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지난 4월 접수된 제보다. 제보자 ㄱ씨는 “불안감과 우울감이 심각하고 구토 등의 증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스타트업 회사는 이래도 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등 ‘벤처 1세대’ 기업에서 직장 내 괴롭힘 등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가 불거져 나오며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장점으로 꼽히는 스타트업의 노동환경이 주목받고 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6일 공개한 스타트업 내 갑질 피해사례(1~5월 30여건)를 살펴보면, 스타트업 노동자들 역시 대표와 상사의 ‘갑질’에 큰 고통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

스타트업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직원을 모욕하거나 고압적인 말투로 윽박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ㄴ씨는 입사 뒤부터 직속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폭언을 들었다. 상사는 업무를 제대로 가르쳐주지도 않았음에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ㄴ씨에게 “너 할 줄 아는 게 뭐야”, “일을 어디서 그따위로 배웠어?” 등의 폭언을 했다. 대표에게 상사의 폭언과 관련해 상담을 요청하니 “폭행하는 사람도 잘못인데, 폭행을 유발하는 사람도 잘못일 수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대표의 폭언 등으로 불면증과 우울증이 생겼다는 ㄷ씨는 “대표는 (결과물 등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다”며 “일을 못 하면 많은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창피를 줬다. 대표의 ‘감정 쓰레기통’ 취급을 당해 그만둔 직원이 여럿이다”고 토로했다.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하는 ㄹ씨도 “업무 관련 질문에 답을 못하자 사장은 직원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자료를 주며 “공부해서 시험을 보라”고 했다”며 “최상위권 대학원 출신이 아니면 무시하고 함부로 대한다”고 호소했다.

“스타트업이라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해도 된다”는 말을 들은 ㄱ씨의 사례처럼 근로기준법 위반을 당연시하거나 괴롭힘 신고를 해도 처리하지 않은 대표도 있었다. 상사로부터 노골적인 무시와 따돌림을 당한 ㅁ씨는 대표에게 상사의 괴롭힘을 호소했지만 회사는 아무런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제보 사례를 분석한 직장갑질119는 “스타트업 대표 중에 능력주의에 빠진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자신이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고 능력이 부족한 직원을 무시하고 조롱하고 연봉을 깎고 쫓아내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는데 육성해야 할 것은 기술이지 갑질이 아니다”며 “정부지원금을 받는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직장 갑질 실태를 조사하고, 심각한 기업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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