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수용자들이 확진자 과밀수용 등 불만 사항을 직접 적어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구치소 등 교정시설의 코로나19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법무부에 기관경고와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동부구치소 등 전국 교정시설에서는 12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인권위는 16일 “교정시설 코로나19 집단감염과 관련한 진정 사건들을 조사한 결과 교정시설의 미흡한 대응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법무부 장관에게 △서울동부구치소·서울구치소에 기관경고 △확진 수용자에 대한 의료·관리시스템 개선 △응급상황 대응 매뉴얼 관리·감독 강화 △관련 사례 전파 등을 권고했다. 법률구조공단에는 사망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진정인들은 교정시설에 수용된 당사자 등으로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통지받지 못했고, 확진자와 접촉하거나 유증상자인 수용자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구치소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가 쓰러져 의료시설로 옮겨져야 했지만, 방역당국과 구치소가 병상확보를 위한 협의를 하던 중 사망했다. 이에 한 인권단체는 “구치소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응급 후송계획을 마련하지 않는 등 미흡한 조처를 했다”며 사망한 수용자를 피해자로 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동부구치소는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당사자들에게 통지하지 않았고 결과 확인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19일 동부구치소는 전날 진행한 1차 전수검사 결과를 수령한 직후 밀접접촉 수용자 185명을 4시간 동안 한 공간에 대기시키며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또 같은달 24일 2차 전수검사 결과통지 후 감염경로가 다른 밀접접촉 수용자들을 같은 거실에 수용하고, 유증상자를 구분하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 1명이 사망한 서울구치소에 대해서는 응급환자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31일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으로 영상계호(영상경계감호) 중인 확진 수용자가 쓰러져 의식을 잃었음에도 구치소 쪽이 41분이 지난 뒤에야 이상 징후를 인지했고, 그 후 16분이 지나서야 수용자 상황을 직접 확인했으며, 상황 인지 뒤 36분이 지나서야 심폐소생술을 한 것 등도 이번 조사로 확인됐다.
서울구치소 직원들은 응급환자 이송 지침도 숙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응급상황 발생 시 국가지정 전담병원으로 이송해야 했지만, 당시 구치소 직원들이 이를 몰라 다른 병원에 이송 가능 여부를 알아보는 사이 수용자는 사망했다.
동부구치소와 서울구치소는 인력의 한계와 불가피한 과밀수용 상황 등을 내세우며 “중대한 위기 상황에서 최선의 조치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법무부가 사전에 집단감염 상황에 대비한 비상 이송계획 등을 수립했어야 한다”며 두 기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교정시설은 3밀(밀집·밀접·밀폐)의 특성이 있어 예방 관리를 철저히 해도 집단감염 위험이 상존한다”며 “열악한 시설과 의료인력을 고려해 확진자 관리가 가능하도록 점검·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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