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해군 여성 중사의 빈소가 마련된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 연합뉴스
이발소 옆 ‘성고충상담실’(생활복지센터 내). 성고충상담실은 지난 8월 사망한 해군 성추행 피해자 ㄱ부사관이 가장 먼저 찾을 법한 곳이었다. 하지만 여가부는 부대원이 수시로 드나드는 개방된 장소에 상담실이 위치한 탓에 정작 어떤 피해자도 문을 두드리기는 어려웠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ㄱ부사관의 성고충전문상담관 면담은 ‘유선’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여기서도 피해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왜일까.
여성가족부가 해군 성범죄 사건 관련 현장점검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현장점검은 이달 1일부터 3일까지 이뤄졌다. 군에서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관과 인력이 성고충상담실과 성고충전문상담관이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점검 결과, 두 창구 모두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성고충상담실은 세탁소와 이발소가 있는 생활복지센터에 위치해 있었다. 모든 부대원이 수시로 드나드는 장소여서 상담의 비밀성·안전성 확보가 어려워 보였다. 부대원 의견을 수렴해 피해자가 접근하기 용이한 장소로 옮길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성고충전문상담관의 상담도 성폭력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에는 부족했다. 여가부 현장점검 결과에 따르면, 피해자는 5월27일 ㄱ상사(구속)에게 성추행을 당했는데, 이후 6월30일 이뤄진 성고충전문상담관과의 유선 면담에서 이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피해자가 성고충전문상담관에게 피해사실을 털어놓지 못한 건 성고충전문상담관과 조직문화에 대한 신뢰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성고충전문상담관의 독립성·전문성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여가부는 기존 3개월 내로 규정된 전입 여군에 대한 정기 상담 기한을 1개월로 단축하라고도 권고했다. 피해 부사관이 전입 사흘 만에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결과 도출에 앞서, 정구창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 등 내·외부 성폭력 전문가로 꾸려진 현장점검단은 해군본부와 해군2함대,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예하 기지를 방문해 성고충전문상담관, 해군2함대 지휘관, 인사담당·고충처리 부서장 등을 상대로 면담을 진행했다. 성희롱·성폭력 예방 제도, 피해자 보호조치 등과 관련된 문서도 제출받아 확인했다.
해군은 성고충심의위원회와 징계위원회의 역할을 확대할 것도 주문 받았다. 여가부는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성희롱 여부를 판단하는 제한적인 기능만 수행해 왔기에 피해자 보호조치 등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가 부족했으며, 징계위원회는 외부위원에게는 의결권이 없어 징계 처리의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가부는 또 해군에 성희롱·성폭력 사건 현황 관련 통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으며, 재발방지책 수립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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