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개회 1시간10여분 만에 정회했다. 김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동의하느냐’는 여·야 의원의 공통 질문에 각기 다른 답을 내놓고, 상당수의 자료 제출을 거부해 더불어민주당이 정회를 강력하게 요청했기 때문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김 후보자의 추가 자료 제출 여부를 검토하고, 오후 1시30분쯤 청문회를 재개할 예정이다.
11일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인사청문회에서 김현숙 후보자는 모두발언을 통해 여가부가 그간 올려온 성과와 함께 한계를 짚으면서 조직 개편의 의지를 내비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여가부 폐지에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여가부가) 젠더갈등 해소 미흡,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 대처 등으로 실망을 드린 점 역시 사실인 만큼, 인구·가족·아동 문제를 챙기며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전에 진행된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청사진을 발표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청문회 앞서 김 후보자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제출한 자료가 문제가 됐다. 김 후보자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후보자 견해’를 묻는 권인숙, 강선우, 장경태 의원 등 민주당 의원 다수의 질문에 “새로운 사회환경에 맞게 부처의 역할과 기능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변했지만, ‘여가부 폐지의 실현 계획’을 묻는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 질의에는 “윤석열 당선자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질문에 당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답변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는 여성가족위원회는 물론, 국회와 국민을 모욕하는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부실한 자료 제출에 대한 야당 의원의 성토도 이어졌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제가 요청한)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 음주운전 여부, 자녀 허위 스펙에 대한 자료 등이 말도 안 되는 (과한) 자료 요청인지 묻고 싶다”며 “음주운전 관련 자료는 사생활이라며 거부하고 병역특혜에 관한 자료는 개인정보라고 거부했다. 이 정도 자료 요구에 응하지 못할 정도의 자질과 도덕성이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여당 일부 의원도 후보자 자료 제출 미흡을 지적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 의원 한두 사람도 아니고 여러 명이 자료 제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분명 자료 제출에 흠결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후보자가 의원에게 사과하되, 인사청문회는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 다수가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다고 항의하면서 청문회는 결국 중단됐다. 송옥주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후보자는 오후 1시30분까지 여러 의원이 요청한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 그때까지 인사청문회를 정회하겠다”고 했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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