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랩> ‘인하대 사건 그뒤, 그게 나일 수 있었잖아요’ 캠퍼스 내 젠더폭력 공론화 나선 20대 여성들
그래픽 한승미 교육연수생
7월15일 ‘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남성이 같은 학교에 다니던 학생을 성폭행하고 8m 높이의 학교 건물에서 추락시켜 사망하게 했다. 검찰은 지난달 9일 가해자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의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1일 많은 대학이 개강을 했다. 49일 전 발생한 인하대 사건이 언제 있었냐는 듯 세상의 관심은 멀어졌지만, 대학생들 사이에선 “걱정이 앞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캠퍼스 내 젠더폭력을 둘러싼 환경은 크게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개강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4일 경상대에 다니는 두마(활동명·25)와 숭실대 학생 아꼬(활동명·22), 인하대 학생 찐빵(활동명·20)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스튜디오에 모였다. 이들은 20대 대학생 페미니스트들이 느끼는 캠퍼스 내 젠더폭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나마 여성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이 대학 캠퍼스였다. 그런데 캠퍼스에서조차도 여성은 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걸 이번에 절감했다. ‘어쩌면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공포로 다가왔다.”(두마)
세 사람은 두려움과 분노라는 감정에 머물지 않기로 했다. 행동에 나섰다. 인하대 사건 뒤 온·오프라인에서 캠퍼스 내 안전 문제를 공론화하고 나섰다. 지난 7월25일 찐빵을 포함한 인하대 학생들은 ‘당신의 목소리를 키워 응답해주세요’란 제목의 대자보를 써 교내 게시판에 붙였다. 두마가 속한 경남지역 4개 대학(경상국립대, 진주교대, 창원대, 경남대) 페미니즘 동아리 연합 ‘아우르니’는 온라인 총공(‘총공격’이란 뜻의 온라인 용어)전을 기획하는 방식으로 응답했다. 이 총공은 전국 대학 내 페미니즘 동아리 25곳이 ‘#여성혐오범죄_더는두고볼수없다 #언론은2차가해를중단하라’ 등의 해시태그와 성명문을 에스엔에스(SNS)에 일제히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숭실대 페미니즘 소모임 ‘백마 탄 암탉님’의 구성원으로 총공에 참여한 아꼬는 “사건이 일어난 인하대에서 학생들이 먼저 목소리를 내줬고, 거기에 꼭 응답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인하대에 대자보를 처음으로 써붙이고, 에스엔에스(SNS)에서 ‘익명의 인하대 학생’으로 활동하는 찐빵은 “평등하고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대자보를 썼다”며 “함께 목소리를 내면 처음에는 미약해도 바뀔 수 있는 지점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20대 페미니스트, 두마·아꼬·찐빵이 나누는 캠퍼스 내 젠더폭력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유튜브 채널 <슬랩>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