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마련된 스토킹 살해 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 메세지가 붙어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걸 막는 ‘긴급응급조치’ 위반에 대한 제재가 과태료 처분 등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마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가해자가 과태료 부과 전 다시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경찰청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 8월까지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했던 가해자가 다시 접근금지 등을 어긴 사례는 모두 9건이었다. 3건은 과태료를 부과받고 다시 위반한 경우였고, 6건은 과태료 부과 전 다시 위반한 사례였다. 같은 기간 긴급응급조치 위반으로 가해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220건이었다.
긴급응급조치는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연락하거나 100m 이내로 접근하는 걸 금지하는 조처다. 위반에 따른 제재가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에 그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약한 제재와 함께 거론되는 문제는 과태료 부과에 신속성이 떨어져 제재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이다. 긴급응급조치 위반은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부과한다. 이 법은 과태료를 부과할 때 당사자에게 의견을 제출받는 기간을 정하고 있다. 이 기간을 ‘10일 이상’이라고만 정해두었을 뿐, ‘○○일 이하’라는 규정이 없다.
과태료 부과까지 수개월이 걸리고, 그 사이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에게 접근 사례가 여럿이다. 스토킹 가해자 ㄱ씨는 지난 3월6일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했지만 과태료 부과는 3개월이 지난 6월9일에야 이뤄졌다. ㄱ씨는 그사이 4월10일, 4월18일 두 차례나 더 접근금지를 어겼다. 결국 과태료는 3차례 긴급응급조치 위반을 합산해 부과됐다. 다른 스토킹 가해자 ㄴ씨는 올해 1월3일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했지만 4달이 지난 5월26일에야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받았다. ㄴ씨는 또 지난 7월16일 다시 접근금지를 어겼지만, 그로부터 2달이 지난 9월26일에야 과태료 700만원을 부과받았다. 긴급응급조치 위반부터 과태료 부과까지 4달, 2달씩 걸렸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행정학과)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은 과태료 고지서를 언제까지 발부해야 하는지 잘 정비되어 있지 않아 (스토킹처벌법과 같은) 다른 법과 잘 맞아들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내년 해당 법을 전면개정하기 위해 지난 2월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전면개정을 위한 과태료 법제 및 정책 연구’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긴급응급조치 위반에 따른 과태료 부과가 몇 달이 걸리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피해자 보호기간은 짧고 가해자를 제재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길다. 이는 결국 피해자 보호에 공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신속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스토킹 범죄는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고, 가해자가 피해자를 해치겠다는 목적을 갖고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할 수 있다”며 “형사처벌 방안을 마련해 긴급응급조치 위반을 과태료 처분보다 신속하고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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