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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베트남 현지언론 잇단 ‘인용보도’ 파장

등록 2008-03-16 21:05수정 2008-03-17 00:13

한겨레 ‘한국서 맞아죽은 19살 신부’ 판결 소식
“남편 형량 불만·법원 책임감 높이 평가 여론도”
‘19살 베트남 신부’ 후인마이를 때려 숨지게 한 한국인 남편에 대한 한국 법원의 판결(<한겨레> 3월13일치 9면) 소식이 베트남 현지 언론에 잇따라 보도되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베트남 일간지 <탄닌>은 지난 14~15일 이틀에 걸쳐 한국 법원의 판결 내용을 <한겨레>를 인용해 상세히 보도했다. 일간지 <뚜오이쩨>, 인터넷 언론 <베트남 익스프레스>, <쩐지> 등도 지난 15일 “후인마이를 때려 숨지게 한 한국인 남편이 12년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해 2월 설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쩐타이란의 사연 등 또다른 베트남 여성들의 비극도 다시 거론하고 있다. <탄닌>의 꾸앙티 기자는 16일 “현지 여론은 남편의 낮은 형량에 대한 불만이 많지만, 판결문에 나타난 한국 법원의 책임감을 높이 사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겨레>에 전했다. 그는 또 “국제결혼 알선업체들의 무책임한 행위와 상대에 대한 이해부족 등 졸속 국제결혼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론도 높다”고 말했다.

지난 1월23일 선고된 판결은 지난 13일에야 <한겨레> 보도를 인용한 베트남 일간지 <탄닌>의 보도를 통해 가족들에게 전해졌다. 후인마이 어머니는 보도가 나간 다음날 <탄닌>에 전화를 걸어 와 “나는 법원에 출석해 딸의 남편에게 ‘단지 1동(베트남의 화폐단위)이라도 내 딸과 우리 가족이 받았던 정신적·물질적 고통에 대해 보상하라’고 요구하고 싶었다”는 심정을 밝혔다고 <탄닌> 취재진이 전했다. “형식적일 뿐이라도 (한국인 사위한테서) 보상을 받아, 다른 가족들에게 ‘한국 사람과 결혼해 행복할 수도 있지만, 참혹한 상황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싶다”는 것이다.

후인마이 고향인 껀터성은 베트남에서 국제결혼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후인마이 어머니는 또 “베트남 사람들은 늘 용서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딸의 남편으로부터 지나간 모든 일을 용서해 달라는 그 한마디를 듣고 싶었고, 그 한마디가 우리 가족들에게는 가장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탄닌>이 전했다. 후인마이 가족은 곧 한국에 들어와 법원 판결에 대한 의견을 관계 당국에 낼 계획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 꾸앙티 <탄닌> 기자가 <한겨레>에 보내온 기고문 전문

한국인과 결혼한 2만 명이 넘는 베트남 신부들 중에서 후인마이는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자신의 남편에게 참혹하게 맞아 죽은, 그 첫번째 희생자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베트남 여론은 많은 관심을 갖고 한국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왔다. 과연 그의 남편이 죄과에 마땅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인가? 이러한 경우 외국인 신부들의 권리가 한국 법원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아직 1년이 채 안되기도 했지만, 후인마이 사건은 그 이야기가 지닌 비정함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은 아직도 마음의 그 깊은 상심을 달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전고등법원의 판결은 베트남 언론뿐만 아니라 베트남 여론의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한국의 <한겨레신문>, <코리아타임즈>, <중앙일보> 등의 이 사건 관련 보도들이 <탄닌>, <뚜오이쩨>, <베트남익스프레스>, <전찌> 등의 베트남 신문들에 의해 속속 날아들었다. 특히 전자신문인 <베트남익스프레스>가 전한 <코리아타임즈>의 ‘이주여성’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그 어떤 보도보다도 베트남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한 명은 자살했다. 다른 한 명은 맞아 죽었다. 또다른 한 명은 씨받이 임무를 마친 뒤 이혼당했다… 이것은 먼 옛날 미국 흑인 노예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시대 한국 남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들의 이야기다”.

다시 후인마이 사건으로 돌아와서, <탄닌> 신문이 <한겨레신문>을 받아 보도했던 기사는 베트남 사람들이 대전고등법원 항소심의 판결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법원이 후인마이 남편에게 선고한 12년 형량을 두고 현재 베트남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노이의 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응웬탄번은 “이 형량은 너무 가볍다. 최소한 그 두 배인 24년형은 선고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와 같은 의견인 레탄히우(하노이 컴티엔 거리 거주)도 “그토록 잔혹한 남편들에게 경종을 울리기엔 너무 가벼운 형량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후인마이의 고향이기도 한 껀터시 여성연합회 주석인 판티홍늉씨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탄닌>지를 통해 판결문을 접했을 때, 나는 그 정도의 형량이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에 더욱 중요한 것은 판결문의 내용이다. 법원은 한국 사회는 물론 베트남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사건의 전모를 분석했으며, 이와 같은 국제결혼이 야기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그 인식과 책임을 일깨웠다”. 은행원 직원인 쩐남흥은 또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에 후인마이의 죽음은 내게 너무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이제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나니 그것은 단지 아내 또는 남편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나는 12년 형량의 경중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후인마이의 죽음이 국제결혼이 지닌 문제점들, 특히 그런 졸속 결혼을 조장하는 국제결혼알선 업체들의 무책임한 행위를 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의 의견들은 후인마이 사건의 판결에 대한 베트남의 여론을 두루 반영하고 있다. 어떤 이는 공감을, 어떤 이는 불만을 표현하고 있긴 하지만 설사 그 판결에 기꺼이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것이 판결의 공정성 여부 때문이라기보다는 후인마이의 요절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큰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베트남 여론의 분노는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향하고 있다. “나는 국제결혼알선업체의 행위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보며, 그들에게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계당국들은 결혼에 앞서 한국 남편과 베트남 신부들이 서로 상대방의 언어, 문화, 풍습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일정한 교육과정에 참여토록 요구해야 한다…”. 하노이에 사는 <탄닌>지 독자 부빅누는 이처럼 자신의 절박한 심경을 전해오기도 했다.

현재 호치민시에 살고 있는 깜뚜는 미혼여성으로 고향이 따이닌(베트남에서 두번째로 한국인과 결혼한 여성이 많은 성)인데, 자신의 고향에서는 후인마이 사건을 아직도 어떤 한 개인의 참극으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인과 결혼한 여성들 중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나요?”. 그는 법원의 12년형 선고가 적절했다고 보며, 무엇보다도 그를 설득시킨 것은 대전법원 판결문이 담고 있는 휴머니즘이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티훙늉 주석이 얘기한 것처럼 후인마이의 죽음은 한국인과의 결혼을 고민하는 베트남 여성들에게 큰 교훈을 남기고 있다. 껀터에 사는 쩐아무개(63)씨는 두 딸을, 한 명은 한국인과, 또 한 명은 대만인과 혼인시켰다. 후인마이 사건으로 베트남 언론들이 들썩이면서부터 그의 가족들은 두려움 때문에 한국으로, 대만으로 전화를 걸어 딸의 안부를 묻기에 바쁘다. 그의 딸들은 남편에게 맞지는 않지만 결혼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다. 처음에 그의 두 딸은 외국인과 결혼할 생각이 없었지만, 너무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마음을 바꾸어 가족을 돕고자 했다. 딸들을 멀리 떠나보내고, 쩐씨는 애써 그들의 운명을 믿고자 한다.

법정에 후인마이 가족이 참석할 수 없었던 것은 진정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판결문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특히 안타까움과 진정이 가득 담긴, 대전법원이 베트남의 19살 어린 생명에게 바치는 자책의 대목들을 읽으면서, 나는 깊은 감동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 판결정신은 국경을 넘어, 종족과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한 영혼의 아픔을 위로하였고,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법원은 자신의 책임감과 신중함 그리고 깊은 이해로서 희생자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애도를 표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땅에 사는 외국인 신부들의 꿈을 진심으로 끌어안았다. 그리하여 후인마이의 영혼은 진정 위무를 받았을까, 그렇게 물었을 때 나는 문득 한 명언을 떠올렸다. ‘진정 가슴에서 나온 것만이 가슴에 가닿는다!’. 그리고 나는 이 법원의 판결문을 받아든 한국의 모든 외국인 신부들이 자신들이 결코 버림받지 않았다는 깊은 위안을 얻었으리라 믿는다.

베트남/꾸앙티 기자 (베트남 <탄닌>)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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