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여성 1인 가구 정책간담회’
지난 16일 저녁, 서울 성북구 20~30대 여성 1인 가구 20여명이 모여 혼자 살면서 느끼는 고충과 어려움, 부조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성북구청이 주최한 ‘2030 여성 1인 가구 간담회-1인 가구 정:책방’ 행사 자리입니다. 이 자리에선 홀로 사는 여성이 현실에서 느꼈던 걱정과 두려움에 대한 날것의 이야기가 터져 나왔습니다.
ㄱ씨
“밤 늦었는데 이 길에 나랑 뒤에 어떤 남자만 있을 대는 당연히 본능적으로 신경을 쓰게 되잖아요. 건물에 들어올 때도 이 남자가 같이 들어오면 심장이 엄청 빨리 뛰게 되는 거예요. 3층인데 그 남자가 2층으로 들어가면 ‘아 정말 다행이다, 이 집에 사는 사람이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런게 당연스럽다가, 왜 이런걸 무서워해야하지? 이런 생각(이 들게 되죠.)”
ㅁ씨
“그걸 팁이라고 하더라고요. 택배 받는 이름을 남자 이름으로 하고, 신발도 남자 신발 하나 신발장에 둬라. 별별 소리가 다있어요. 이런 말도 있어요. 남자 속옷을 창문에 보이게 걸어놔라.”
ㅎ씨
“저는 여성이 혼자 살면 월세부터 달라지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저렴한 동네는 위험한 동네일 확률이 높고, 1층, 2층, 지하도 위험하고 해서 거주 환경에 제약이 생겨버리니까요. (그러다보니) 여성은 자취 자체가 늦어지는 것 같아요. 부모님이 반대 하시고. …독립을 해도 독립을 한 것 같지 않은 게 집에 들어가면 연락을 하라거나, 밤길에 혼자 다니지 말라거나…”
강지현 울산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1인 가구의 범죄피해에 관한 연구’를 보면 “33세 이하 여성 1인 가구는 남성보다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약 11배, 범죄 희생자가 될 가능성은 약 2.3배 높다”고 나타났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이 2016년 20~30대 청년 2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년 주거안전 실태조사’를 보면, “귀갓길에서 물리적인 위협을 당할까봐 위험하게 느껴진다”라는 문항에 여성 응답자의 67%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남성 응답자의 비율은 25%에 머물렀기도 합니다.
이날 나눈 이야기들은 서울시와 성북구청에 전달되어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 데 활용될 예정입니다. 참석한 여성들의 보다 자세한 사연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확인하시죠.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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