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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신고하면 가장 다치는 사람, 누군지 아세요? 피해자”

등록 :2021-06-10 21:50수정 :2021-06-11 02:30

군 성고충상담관 출신이 밝힌 2차가해 실태
“피해자-가해자 분리한다고 피해자 부대 옮기면
남은 가해자와 군인들 같은 편이 되는 분위기
누구도 피해자 위해 증언 나서지 않게 되는 구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둘이 알고 보니 사귀었다더라.” “(가해자를) 물먹이려 신고했다던데.”

수년간 군 성고충전문상담관으로 일했던 ㄱ씨가 업무 중에 여러번 접했던 2차 가해의 언어다. 지휘관과 대화를 해보면 “두마디가 끝나기 전에” 이런 말들이 나오곤 했다고 한다. 9일 <한겨레>와 인터뷰한 ㄱ씨는 군내 성폭력 사건들이 제도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게 아니라고 했다. “군대에서 성폭력을 신고하고, 형사처벌까지 가는 1~2년 동안 누가 제일 다치는 줄 아세요? 거의 피해자들이에요.”

군 성고충전문상담관은 군내 성희롱·성폭력 관련 고충상담을 하고 사건 처리 과정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2014년 신설돼 전군에 48명(2020년 기준)이 활동 중으로 군 지휘체계에 속하지 않은 민간인이다. 군내 성폭력 사건 처리 과정을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동시에 군의 외부인인 셈이다.

ㄱ씨가 직접 목격한 군내 2차 가해는 심각했다.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처로 피해자가 부대를 옮기면 행위자(가해자)는 부대에 남잖아요. 그러면 가해자는 주변에 자기합리화를 위한 논리를 전파해요.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 피해자가 강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보통 (상관인) 가해자는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이니까 주변인들이 그 이야기에 영향을 받아요. 군사경찰이 정작 조사를 했을 때 누구도 피해자를 위해 증언에 나서지 않게 되는 거죠.”

성폭력으로 징계를 받았던 가해자가 몇년 뒤 피해자와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사례도 직접 봤다. 이처럼 빈번한 2차 가해와 군의 부실한 사건 처리 탓에, 피해자들이 피해가 누적될 때까지 신고를 꺼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지원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ㄱ씨는 피해자 국선변호인으로 선임되는 군 법무관 가운데 “열에 여덟은 성폭력 사건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고 했다. “피해자와 국선변호사, 성고충상담관이 한 팀이 되어야 하는데, 피해자한테 연락도 없이 혼자서 재판에 들어가기도 하고, 성고충상담관이 신뢰관계동석인으로 피해자 재판에 동석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ㄱ씨는 성고충전문상담관의 전문성 역시 확실히 담보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터놓았다. 제도 도입 초기에 업무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단지 심리상담을 해봤다는 이유 등으로” 뽑힌 상담관도 많기 때문이다.

ㄱ씨는 군 내부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지속적이고 내실 있는 성인지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시스템이 아무리 발전해도 의식이 따라가주지 않는 상황이에요.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군내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를 바꿔도 소용이 없을 거예요.”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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