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31살 여성입니다. 오랫동안 공인회계사가 되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했습니다. 합격자 평균 수험기간이 3년 반이나 된다고 했지만 전문직을 갖는 것이 여성으로서 앞으로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시험이라고 했지만 저는 공부만큼은 두렵지 않았어요. 남들이 선망하는 꽤 좋은 대학을 다녔고 성실한 편이기 때문에 시험에 낙방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미끄러졌어요. 이제는 지칠 대로 지쳤어요. 이젠 더 이상 공부할 의미를 찾지 못해요. 부모님께는 밝은 얼굴로 그냥 평생 같이 살겠다고 말했는데 선뜻 그러라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제 솔직한 마음은 그게 아니에요. 저 자신이 너무 초라합니다. 얼마 전엔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는데 밝고 환한 모습을 보니 솔직히 너무나 부럽고 저는 더 우울해졌어요. 남들은 이제 서른 갓 넘은 나이일 뿐이니 낙담하지 말라지만 저는 일과 결혼을 다 놓쳤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자괴감이 듭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부끄러운 31살
A. 성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말하는 성공이란,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이나 수완이 있고, 남들보다 잘나가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일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남들이 선망하는 대학을 다니며 공인회계사라는 전문직에 도전할 때, 아마 당신은 그것이 성공의 모습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입니다. 자,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을 더 드리겠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말하는 행복이란, 성공을 한 다음에야 비로소 얻게 되는 무엇이라고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성공은 곧 행복의 열쇠라고 여기기 때문에, 지금의 행복을 유예하더라도 어떻게든 열심히 노력하고, 지금은 행복을 느끼지 못할지라도 나중에 성공해서 더 큰 행복을 느끼는 게 맞다고 스스로를 설득합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많은 것을 참고 인내했던 까닭은, 시험에 합격해 공인회계사라는 타이틀을 따면 지금보다 성공한 것이므로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일 겁니다.
성공에 대한 열망을 갖는 것도 좋고, 행복하기 위해서 삶의 조건들을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겁니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생각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낙담하는 마음도 자연스러운 것이겠지요. 그런데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당신이 지칠 대로 지쳤다는 것, 자괴감이 든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삶은 다시 살아질 것이고 지친 마음도 어느 정도는 회복될 것입니다. 진짜 문제는 ‘공부할 의미를 찾지 못한다’는 당신의 선언이에요. 오직 나의 성공과 행복을 위한 수단으로서 공부에 매진했는데, 그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이러한 낙담과 고통은 사실 정해진 수순일 수 있습니다. 왜일까요? 삶의 의미를 전하는 수많은 영적 지도자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것은 바로 우리의 삶은 타인의 삶에 기여하고자 할 때 삶의 본질에 접근하며 깊은 기쁨과 만족으로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단지 자신의 성공과 행복에만 집중할 때, 우리는 성공하더라도 얕은 기쁨밖에 맛보지 못하며 성공을 하지 못한다면 깊은 자괴감에 시달리게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입니다. 내면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자신이 정말 어떻게 살기 원하는지 물어보신 적이 있나요? 남들보다 성공하고,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갖고, 남들만큼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나요? 내가 왜 노력하는지, 왜 전문직을 갖기 원하는지, 왜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지 잘 생각해보세요. 거기에 오직 ‘나, 나, 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닌가요? 오직 나 자신의 성공과 행복에만 매진할 때, 역설적으로 우리는 자괴감과 초라함에 빠져듭니다. 버는 돈을 다 기부하는 사람이 행복해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공부를 하고 성공을 원할지라도, 그 안에 내가 나 이외의 존재에 무엇을 기여하고 싶은지 그 철학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타이틀을 가진다 해도 마음이 괴로워진다는 뜻입니다. 성공했으면 행복해지는 것이 맞을까요?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서른한살, 남들보다 뒤처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나이입니다. 그러나 관점을 좀 더 상위 차원으로 이동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까지 타인의 욕망을 내 욕망이라 착각하고 살아왔지만, 공부와 성공의 의미에 대해, 직업과 삶의 의미에 대해 한번 점검해보기에도 참 좋은 나이입니다. 우울해지기를 선택할 것인가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시작해볼 것인가요?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어떤 결혼식이든 예식 날은 모두 환하고 밝게 웃죠. 그냥 그렇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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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헤르츠컴퍼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