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도대체 몇살에 끝날까요. 중·고생 시절엔 제가 아직 어리고 미숙해서 고민하고 상처받는 거라고, 성인이 되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어요. 대학에 가고 직장에 다니고, 결혼하며 성인의 삶을 살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아이를 낳은 뒤 아이 친구 엄마들과 또 새로운 관계가 생겼고요. 그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을 겪게 되고,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워지는 거 같아요. 싫은 사람 다 쳐내면 주변에 아무도 안 남을 거 같은데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언제쯤 그만하게 될까요. 인간관계 어려운 엄마.
A.‘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몇살에 끝날까’라는 의문을 갖고 계신데요. ‘인간관계는 나이가 들수록 쉬워진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은 내가 어리고 미숙해서 할 수 있었던 막연한 추측이었지요. 살아보니 어떠신가요? 단순히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사람이 성숙하는 것도 아니고, 살기가 수월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모르시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성숙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가 들수록 퇴보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러니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나 자신을 성숙한 내면의 소유자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옮겨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성찰이 시작되지 않은 채로, ‘왜 이렇게 힘들지? 인간관계 어려움은 도대체 몇살에 끝나지?’라는 고민에 발이 묶인 채 정체돼 있어서 스트레스가 지속된 것으로 보입니다.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딱 맞는 사람만 만나고 살 수는 없습니다. 혈연관계에서도 반목은 일어나며, 잘 맞았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 틀어지는 일이 허다합니다. 수십년간 내가 경험한 시간과 교육·환경 속에서 만들어진 가치관이 중요하다면, 나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가치관도 동일하게 존중받아 마땅하겠지요. 관계가 어렵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 사실을 우리가 쉽게 망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입니다. 내가 내 생각을 옳다고 믿는 만큼, 상대도 자기 생각이 옳다고 믿음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라는 마음속 재잘거림은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나는 반복적인 습관입니다.
그 재잘거림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오직 내가 옳다는 생각에서 기인하는 탐욕과 반감입니다. 다른 사람이 오직 내가 원하는 반응만 보여주기를,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탐욕이며, 내 생각과 다른 반응을 보였을 때 분노하고 미워하는 게 바로 반감이지요. 내 마음의 기본값이 항상 탐욕과 반감으로 색칠돼 있으니, 나 스스로 이미 ‘싸울 준비’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에서 타인을 바라보게 됩니다. 차가운 물을 끓게 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만, 이미 80도까지 데워진 물을 끓게 하는 것은 아주 잠깐이면 되지요. 80도까지 데워져 늘 끓을 준비가 된 채로 관계를 시작하니, 대부분의 사건에서 긴장과 갈등이 촉발됩니다. 이해할 수 있고 넘어갈 수 있는 일보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만 생겨납니다. 모두가 ‘내 생각’에 빠져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것을 내려놓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물론 누가 봐도 내가 옳고, 저 사람이 잘못한 상황도 더러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은 시시비비를 다 가려야 하는 법정이 아니지요. 매사에 내가 옳고 저 사람이 틀렸다고 인정받으면 내 삶의 행복지수가 올라갈까요? 내 삶의 질과 정신적 평온을 위해서, 시비를 가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살 날은 영원하지 않고 한정돼 있는데, 시비만 가리고 남을 미워하다 죽을 순 없으니까요. 중요한 건 내가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입니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에, 내가 어떤 태도를 갖고 살아가는 인간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지요.
더러 어떤 관계는 끊어내는 게 답인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을 끊어내는 게 내 태도가 될 순 없겠죠. 타인을 향한 원망을 거두고 내 안으로 따뜻한 시선을 보내 보세요. 서로 생각이 잘 맞지 않더라도, 때로 마음이 불편한 상황을 겪더라도 그 안에서 나 자신이 어떤 ‘태도’로 임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진솔하고 배려심 있게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보고, 내가 감정을 스스로 확대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는 과정까지 모두 ‘태도’라는 것에 포함됩니다. 이제 스스로 늦지 않게 물어보세요. ‘유한한 삶 속에서 여러 관계들을 통해, 나는 성숙해지고 싶은가?’라고요.
작가, 메디테이션 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