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 채식 레시피: 쑥버무리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읍내, 읍내에서도 멀리 떨어진 제 본가에는 큰 마당이 있습니다. 현관문만 나서면 푸른 잔디밭을 볼 수 있고, 언제든 의자를 꺼내 일광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지만, 요즘처럼 날씨가 따뜻해지면 며칠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온갖 들꽃이며 풀이 마당을 뒤덮기 때문에 날마다 조금씩 관리를 해줘야 해요.
얼마 전에는 마당에 쑥이 자라는 것을 발견했는데, 뽑지 않고 놔두었더니 점점 뿌리를 뻗어 마당 한켠이 쑥밭이 되었어요. 마당 정돈도 할 겸, 오늘은 직접 캔 쑥으로 쑥버무리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저는 쫀득한 식감을 좋아해서 찹쌀가루를 썼는데, 멥쌀가루나 밀가루만 쓰셔도, 이것저것 섞어 쓰셔도 좋아요. 포슬포슬하거나 쫀득하거나, 식감의 차이는 있지만 간만 맞으면 어느 것이든 맛있거든요.
쑥버무리를 맛있게 하는 비결은 딱 세 가지입니다. 첫째, 줄기의 질긴 부분이 남지 않게 신경 써서 쑥을 다듬을 것. 둘째, 쑥과 가루 재료의 비율을 잘 맞출 것. 셋째, 너무 질거나 마르지 않게 쑥에 물기가 살짝 남은 상태에서 버무릴 것. 이것만 잘하면 처음 만드는 사람도 실패하지 않는 쉬운 음식이에요. 향긋하고 고소해서 저희 집에서는 봄마다, 쑥 철이 지나기 전에 꼭 해 먹는답니다!
글·사진 권채아(<비건 자취요리 노트> 지은이)
![](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728/imgdb/original/2022/0506/20220506501287.jpg)
△쑥버무리
재료: 쑥 100g(손으로 크게 움켜잡아서 두 줌 정도), 밀가루 수북하게 2큰술, 찹쌀가루 수북하게 2큰술, 설탕 1큰술, 입자가 고운 소금 1/3큰술
1. 시든 이파리와 뻣뻣하고 질긴 부분을 제거한 쑥을 깨끗한 물에 세번 씻어 준비합니다. 줄기가 갈색이 되도록 자랐거나, 너무 굵은 경우는 익혀도 질겨서 먹기가 힘드니 이런 줄기는 과감하게 버려주세요.
2. 젖은 쑥을 체에 밭치거나 가볍게 털어 물기를 빼주세요. 너무 마르면 가루가 묻지 않고, 너무 젖어 있으면 질척한 질감이 됩니다. 쑥이 담긴 그릇 아래 물이 고이지 않을 정도로 털어주세요. 쑥이 담긴 그릇에 밀가루와 찹쌀가루, 설탕, 소금을 한번에 체쳐 넣고 골고루 섞일 수 있도록 버무리세요. 팔팔 끓는 물에 찜기를 올리고, 20분간 쪄 완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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