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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만 챙기는 이기적인 MZ? ‘라떼’여, 올챙이 시절 잊었나요

등록 2022-07-22 18:53수정 2022-07-23 11:10

[ESC]  곽정은의 단호한 관계 클리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Q. 저는 ‘라떼’입니다. 그건 알겠는데, 엠제트(MZ) 세대인 회사 후배가 너무 힘들어요. 편의상 그를 ㄱ이라 칭하겠습니다. ㄱ은 늘 ‘워라밸’을 중시합니다. 워라밸 좋지요, ‘고인 물’인 저도 야근 안하고, 주말에 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피치 못하게, 일이란 게 하다보면 우리 모두의 노동력을 밀도 있게 동원해야 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일이 있을 때 “이번 이슈로 조금 힘들겠지만 한 고비 넘기고 휴가라도 쓰자”고 달래 가며 일을 하려 해도 그에겐 예외란 없습니다. 자기가 생각한 본인 업무는 이만큼인데 그 이상 왜 감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같이 일하다보면 팀이나 부서가 경계가 무너질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님은 왜 자꾸 월권하냐”고 따져 묻습니다. 업무 밖으로도, 어디 식당에 가면 서빙하는 직원분들이 손님 시중을 드는 게 당연하다는 듯 행동할 때가 있어서 민망해요. 그가 말하는 공정과 권리가 너무 자의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세대 특성이라고 싸잡아 비난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ㄱ 때문에 ㄱ 또래의 후배들을 보면 겁부터 나요. ‘요즘 애들이랑 일하기 어려워’ 이런 말 하는 ‘꼰대’가 되는 것 같아 서글픈 요즘입니다. 소심한 라떼

회사에서 느끼는 일종의 세대 차이로 인해 괴로움을 느끼고 계시는군요. 스물 셋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40대, 50대 상사들과 오랫동안 일을 했고, 지금은 40대 중반의 나이에 20대 친구들과 일을 하는 저에게도 이 주제는 그렇게 남일 같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저와 당신 뿐 아니라, 이것은 일을 하면서 성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어쩌면 그건 그 회사 후배 때문에 일어난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라떼’니, ‘엠제트’니, 우리는 참 말 붙이고 구분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있는 줄도 몰랐던 단어가 인지의 세계로 들어오면 뇌는 그에 맞춰 구분작업을 시작합니다. ‘나는 라떼, 쟤는 MZ’라는 식으로 말이죠. 힘든 것이나 예외적인 상황에 도무지 자신의 뜻을 굽히려고 하지 않는 후배를 보면서 ‘저건 MZ세대라서 그런 거겠지’라고 넘겨짚는 식입니다. 그렇게 분류작업을 하는 것이 뇌의 입장에서도 간편하고 수월한 일이기에,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건 꼭 진실은 아닙니다. 당신의 상사 중에도 힘든 일이나 예외적인 상황에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있었을 수 있고, 앞으로도 있을 수 있습니다. 타협이 안되거나, 자기 방식을 고수하며 일하려는 사람은 분명히 꽤 많았을 겁니다. MZ 세대에 속하는 나이대의 누군가라고 하여, 꼭 그 후배처럼 행동할 리도 없겠지요.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생겨납니다. 그 후배의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그의 본질 때문이라고 규정해 버리는 순간, 나는 온전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짜증, 넘겨 짚음, 속단하기, 스트레스 받기 이 모든 것들이 마치 짜여진 연극처럼 일어나게 되겠지요. 어차피 MZ라 저래~라고 판단과 규정이 끝나 버린 것, 우리는 그것을 ‘편견’이라고 부릅니다.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기에, 내가 필터를 끼고 사람을 보는 것이기에 일단 내가 편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습니다. 괴로운 마음이 올라올 때마다 또 탓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직장 후배와 관계가 안좋아지고 추후 문제가 커졌을 때, 나의 커리어에는 아무 문제도 없을까요?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결국 문제가 생기는 건 내 삶이 됩니다. 스스로도 이미 느끼고 계시잖아요. ‘그 또래의 후배들을 보면 겁부터 난다’고 말입니다.

두 가지를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내려놓기 한 가지, 일으키기 한 가지입니다. 일단 내려놓기는 ‘꼭 나의 방식이 옳고 맞다는 그 생각을 내려 놓는 것’입니다. 시대가 변했고, 밀도있게 노동력을 동원하는 것만큼이나 주말에는 무조건 쉬는 것이 맞다 라는 생각도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마음 속에 ‘내가 맞고 그러니 너는 틀려’라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 고통의 원인이 됩니다. 당신이 해야 하는 것은 ‘이렇게 생각이 다를 때 어떻게 조율하고 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말고는 없습니다. 내가 타인의 생각을 헤아려 보지 않는데, 타인이 어떻게 내 뜻을 알아줄까요?

다른 하나는 나도 한 때 20년 위의 상사에게는 천방지축 자기밖에 모르는 신세대 후배 직원이었을 것임을 인정하고, 따뜻한 마음을 일으켜보는 것입니다. 당신이 꼰대라서가 아니라, 내가 ‘라떼’같은 것이라서가 아니라, 당신이 그만큼 오래 일했고 그 과정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나를 ‘꼰대’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인생에 대한 존중은 사라집니다. 후배가 ‘나를 꼰대 취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막을 수 없죠. 후배에 대한 최소한의 온화함이 사라질 겁니다. 앞서 말했듯, 이것은 당신의 평판을 저해하겠지요. 누구나 한 때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관점으로 똘똘 뭉쳐 자기방어적으로 사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 후배는 아직 경험이 없어 그렇다 치지만, 그래도 나는 이제 오래 일하지 않았습니까? 더 넓게 보고, 더 멀리 보고, 이 천방지축 후배조차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그 아량과 따뜻한 마음이 있는지 한 번쯤은 돌아보면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상대방이 아니라 내 자신의 마음 뿐이기 때문입니다.

작가, 메디테이션 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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