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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Esc를 누르며
국제연애를 장려합니다,
라고는 못하겠습니다. 단일민족 신화를 깨자거나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자는 명분도 이제 조금은 질립니다. 외국인과 연애를 하든, 외계인에게 작업을 걸든 개인의 선택일 뿐입니다. 나서서 캠페인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는 거죠.
엔 ‘국제연애의 매너’라는 칼럼이 있습니다. 독일에서 온 버트란 상제 씨와 캐나다에서 온 루베이다 던퍼드 씨가 번갈아 가며 씁니다. 이 가운데 한국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중인 루베이다 던퍼드 씨가 며칠 전 뉴스 사회면에 등장했습니다. 방송에 나와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성희롱 피해 경험담을 밝혔다는 겁니다. 가장 비중 있게 취급된 것은 일본인 유학생 사가와 준코 씨의 발언이었습니다. 한국인 강사가 “함께 자 주면 성적을 잘 주겠다”며 치근거렸다지요. 이 말이 퍼지면서 해당 대학에선 조사위원회까지 구성했습니다.
국제 성희롱은 국제연애의 적입니다. 한국 남성들을 싸잡아 욕먹게 하지요. 또 하나 있습니다. 국제 구타입니다. 가끔 한국인 남편이 외국인 아내를 때려 문제가 됩니다. 외국인 남편이 한국인 아내를 패기도 하고요. 저질 에이 매치입니다. 그러고 보면 ‘매너 있는 국제연애’만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 같습니다. 의 작은 칼럼에 큰 의미가 부여된 셈이군요.
그건 그렇고, <미녀들의 수다>는 참 재밌습니다. 선정성 논란이 없지 않지만, 거기에 별로 공감을 못하겠습니다. 오히려 아이디어가 신선하다고 느꼈습니다. 한국에 대한 특정한 면만 부각시킨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게 그 프로그램의 콘셉트인데 어쩌겠습니까. 아, 에도 ‘미녀들의 수다’ 비스무리한 게 실립니다. 다음주를 기대해 주시길.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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