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군 잠복 취재
[매거진 Esc] UCC 본좌
9일부터 인터넷에서 나돌기 시작한 ‘얼룩무늬의 힘’은 한국 남성들이 겪는 이상한 기운을 정확하게 집어냈다. 얼룩무늬가 표상하는 건 ‘개구리 예비군복’. 이 동영상에 따르면, 해마다 서너 번 다가오는 예비군 훈련일마다 국방색의 아우라에 도취된 한국 남성들이 공통된 습성을 보인다는 것.
이를테면 이렇다. “갑자기 군대 카리스마가 생기”지만, 퇴역 병장들밖에 없는 예비군 훈련장에선 카리스마를 발산한 대상이 없다. 곧 “신발 끈과 단추가 자동으로 풀리면서, (예비군들은) 정신집중이 안 되며 멍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냥 잔다”. 동영상은 훈련장에서 포착한 사진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철모를 소총에 걸어 둔 병사들, “꿩 잡으러 가는 포수 폼”으로 M16 소총을 든 분대원들, 시멘트 바닥에서 집단 노숙하는 소대원들이 등장한다.
언론이 예비군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국방부에 협조를 요청하면, 국방부는 이를 거부하거나 보여주고 싶은 장면만 보여주기 일쑤다. 이런 점에서 사용자손수제작물(UCC) 세계는 이런 ‘예비군 특종’을 다수 일궈왔다. 검색해보라. 이제는 사라져야 할 예비군 훈련의 비효율적 모습을 ‘잠복 취재’한 장면들이 여럿 나올 것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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