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를 누르며
“눈길이 잘 안 가데 ….”
어떤 독자들은 이렇게 하소연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콘텐츠엔 눈이 잘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주로 이런 말을 덧붙이곤 합니다. “늙었나봐, 나도 한물 간 세대인가봐.”
그런 분들에게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어떨까요? 아마 최악일지도 모릅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노트북과 휴대폰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방법이라니 …. 한가하기 짝이 없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로 들리겠지요.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손질(튜닝)을 해야 합니다. 자신의 생활문화 전반을 말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손보는 데 보수적으로 됩니다. 그래도 자식들을 위한 튜닝엔 아낌이 없지요. 요즘 꼬마들을 보면, 네댓 중 하나는 치아교정기를 달고 다닙니다. 키가 작으면 성장판도 조절하려 하지요. 아이들이 “왜 난 이렇게 생겼냐”고 따지면, 당연히 부모로서 애프터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젊은 어른들도 자신의 얼굴 튜닝을 하는 데 주저함이 없지요. 이러다가는 ‘생활비에서 식비에 투자하는 비율’을 뜻하는 엥겔지수 같은 개념으로 ‘튜닝지수’가 생겨날 것만 같습니다.
저는 성형수술이 더 다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왜 좀 더 예쁘게, 아름답게, 홀쭉하게, 빵빵하게 만들어주는 수술만 있단 말입니까. 왜 소심한 사람들의 얼굴에 철판을 깔아주는 수술 같은 건 없는 걸까요. 노트북에 플라스틱 케이스를 덮어씌우듯, 인간의 얼굴을 뻔뻔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험난한 세파를 헤쳐 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맨정신으로는 정색하고 말을 못하는 사람들이 무리하게 알코올에 의존하는 일도 줄어들 겁니다. ‘강한 남자’ 수술이 아닌 ‘강안 남자’(强顔男子) 또는 ‘강안 여자’ 수술 되겠습니다 반대로 너무 뻔뻔스러운 사람들은 얼굴에 깔린 철판을 제거해 줘야겠지요. 그런 인간 튜닝의 시대를 꿈꿔봅니다.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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