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애스 : 더무비>(2002)
[매거진 Esc] 김은형의 웃기는 영화
<잭애스 : 더무비>(2002)
몇 주 전 안인용 기자가 ‘문득 생각난’에서 본인의 길티 플레저를 크리스마스 캐럴 감상이라고 고백했을 때 의아하게 생각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캐럴이 왠 길티 플레저? 캐럴이건, 피카소건, 화장실 유머건 좋아하지만 내놓고 말하기 ‘거시기’하면 길티 플레저다. 순전히 주관적인 잣대인 것이다. 하지만 길티 플레저계에도 절대강자는 있으니 바로 <잭 애스>다.
쿨함도, 주접도 언제나 프론티어 정신으로 달려가는 미국 엠티브이가 2000년 텔레비전 시리즈로 시작한 쇼로 잭애스는 바보, 멍청이를 뜻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조니 녹스빌이라는 메인 캐릭터와 친구들이 바보짓 하는 쇼인데 그 바보짓이란 <덤 앤 더머>의 짐 캐리가 ‘형님 졌습니다’ 할 수준이다. 텔레비전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잭 애스:더 무비>가 2편까지 나왔는데 두번 모두 미국에서 흥행 1위로 극장 신고식을 했다.
녹스빌 일당의 바보짓은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지저분함과 위험함. 변기 가게에 쓱 들어가서 전시된 변기(화장실 아니죠~)에 똥을 싸고 도망치는 건 애교에 속한다. 더 이상 소개하면 우아한 독자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으니 생략. 아무튼 화장실 유머를 좋아한다고 자신하는 사람도 <잭 애스>를 보다 보면 마음이 심하게 동요되는 경험을 한다.
위험함은 한술 더 뜬다. 성난 황소가 뛰어다니는 농장 안에서 시소 타기, 로켓을 끌어안고 하늘로 쏘이는 ‘인간 로켓’, 팬티 속에 새우젓을 잔뜩 넣고 바다에 뛰어들어 집채만 한 바다상어를 꼬이는 ‘바다상어에게 물리기’ 등 이들의 과격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웃긴 건 이 무모한 도전의 아슬아슬함보다 녹스빌 일당의 반응이다. 가벼운 전기 충격기를 차례로 젖꼭지나 아래쪽 ‘볼’에 집게로 집어놓고는 부르르 떨며 자지러지는 동료를 보며 박수를 치고, 팬티만 입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팬티 번지’를 하다가 똥꼬를 다쳐 폴짝폴짝 뛰는 다른 멤버를 보면서 좋아 죽는다. 다친 사람도 흐흐, 하하 즐거워하긴 마찬가지다. 이렇게 배설물이나 벗고 설치는 도전을 많이 하는 관계로 이들, 기골 장대한 스턴트맨 출신 사나이들이 애용하는 복장은 팬티 또는 기저귀. 가끔은 그것마저 벗은 채 마트나 대로변에서 캣워킹 해주시기도 한다. 이런 바보짓을 하는 이유? 시청자들을 뒤집어지게 하는 것 말고는 아~무 이유 없다. 초밥집에 가서 짜놓은 와사비를 코로 들어마시며 눈물 콧물 다 짜는 모습에 이르러서는 거대하게 텅 빈 유머가 어떤 철학적 경지에 오르는 것 같은 감동마저 느껴진다.
미국에서 대박난 영화 <잭 애스>가 한국에서 개봉을 안 한 이유가 한국 관객이 고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도 관객 대부분은 25살 이하의 남자였다. 1편 개봉 때는 비평가로부터 박살날 걸 피하기 위해 시사회도 하지 않았다. 물론 지상 최대의 쓰레기라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영국의 정론지 <가디언>이 매긴 별점은 5개 만점의 4개. 엽기의 강도가 오히려 세진 2편은 평론가들 대부분이 국기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 금의환향했다. 국내에서는 디브이디로 출시됐다.
김은형의 웃기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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