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1’자에 환장을 한다. 새해 첫날 첫 출근은 자기 회사라도 된 듯 지난해보다 서두르고, 새해 수첩의 첫 장은 빌 게이츠보다 더 바쁜 계획으로 깨알 같다.정말 ‘처음’은 그토록 신나고 가슴 부푼 것일까? 20대, 버스 정류장에서 겪은 첫 뽀뽀는 아무 맛도 없었다. 사진에 미쳐 있을 때도 처음 장만한 카메라의 촉감은 감동적이지 않았다. 심지어 첫사랑도 지나고 나서야 사랑인 줄 알았다. 아무 맛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짜고 매웠다. ‘1’이 지나고 ‘2’가 생기고 ‘3’이 오는 익숙한 길을 가다 보면 그 길가에서 작은 손으로 힘겹게 주은 도토리 같은 것이 인생의 참 맛이 아닐까! 내 주변에 익숙한 것들에게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첫맛의 알싸하고 달콤한 맛을 올해는 보고 싶다. 누군가가 새해 소망을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리라. 편해진 일들이 반복될수록 더 뜨겁게 짜릿한 냄새를 풍겼으면 좋겠고, 저급한 농담마저도 받아주는 동료에게서 또다른 사랑의 설렘을 맛보고 싶다고. 독자 여러분도 지난해 너무 익숙해진 에서 내가 기대하는 그 모든 것들을 맛보았으면 좋겠다. 2008년에는!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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