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버스380의 쇼. 남종영 기자
[매거진 Esc] 남종영의 비행기 탐험
지난달 중순 싱가포르 에어쇼를 다녀왔다. 싱가포르 에어쇼는 영국 판보로 에어쇼, 프랑스 파리 에어쇼,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 에어쇼와 함께 세계 4대 에어쇼에 속한다. 2년마다 한번씩 싱가포르 창이공항 부근 창이전시센터에서 열린다.
창이전시센터 앞 활주로에는 수십 대의 여객기와 개인용 제트기, 전투기, 훈련기, 날씨관측용 무인항공기 등이 전시됐다. 공중곡예를 이어지는 에어쇼도 펼쳐졌다.
일반적으로 에어쇼는 ‘비행기 나는 묘기’로 인식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그건 흥행 요소일 뿐이다. 실제적 의미에서 에어쇼는 항공업계 최대의 비즈니스 시장이다. 정작 에어쇼의 작업은 뒤뜰에 마련된 항공업체 부스에서 열린다. 여객기 제조업체인 보잉, 에어버스를 비롯해 기업용 제트기 제작업체인 걸프스트림, 소형항공기 전문인 세스나 등은 전세계에 몰려든 바이어들과 협상하는 ‘트레이드 쇼’를 펼친다.
보잉은 차세대 여객기인 ‘보잉 787드림라이너’를 앞세워 수주전을 벌였다. 에어버스사는 에어버스380을 가지고 나왔다. 활주로에 거인처럼 앉은 에어버스380에 타기 위해 관람객들은 긴 줄을 섰다. 이미 192대를 주문받은 에어버스가 뒤뜰에서 보잉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트레이드 쇼는 경제·기술적인 지식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 결국 백미는 매일 펼쳐지는 공중 에어쇼다. 오스트레일리아 공군 공중곡예팀인 롤렛츠는 고전적인 비행미를 보여줬다. 6대의 프로펠러 비행기가 교차 비행을 하다 삼각편대를 이루다가 아래위로 돌진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에어버스380이었다. 길이 73미터, 높이 24미터, 최대 853명을 태우는 덩치 큰 여객기가 에어쇼를 펼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거추장스런 몸집을 가진 비행기가 관람객의 시야에 벗어나지 않도록 좁은 하늘을 왔다 갔다 해야 한다. 하지만 에어버스380은 푸른 하늘을 우아하게 휘저었고, 그 모습은 마치 중년 부인이 피겨스케이트를 타는 듯했다.(그래도 덩치 큰 에어버스380으로선 급선회만 해야 했다) 뭔가 잘 안 맞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마하 1.5로 질주하는 국산 초음속 훈련기인 티(T)-50도 창이 상공에 떴다. 고등훈련기 구매를 고민하는 싱가포르 정부의 마음을 사로잡으러 한국이 가지고 간 비행기다. 티-50은 지난달 9일 낮 시범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쳐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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