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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할증료’라는 괴물

등록 2008-04-02 23:09

‘유류할증료’라는 괴물. 사진 남종영 기자.
‘유류할증료’라는 괴물. 사진 남종영 기자.
[매거진 Esc] 남종영의 비행기 탐험
한 항공예약 사이트에서 항공권 요금을 보고 솔깃해졌다. 일본항공 도쿄 경유 밴쿠버 왕복 요금이 45만5천원. 그러나 막상 결제를 하려니 허탈해졌다. 세금이 자그마치 49만8600원이었던 것이다. 항공권 가격보다 세금이 비싸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것이다.

항공권 가격은 항공 요금과 기타 요금으로 구성된다. 항공 요금은 일반적으로 인터넷이나 광고에서 항공권 가격으로 통용된다. 흔히 ‘세금’이라 하는 기타 요금은 공항 이용료와 유류 할증료, 전쟁 보험금 등이 포함된다.

공항 이용료는 말 그대로 공항의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대가다. 왕복 항공권의 경우 출발지와 도착지 공항의 이용료가 합산돼 나온다. 인천공항 이용료는 1만7천원.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징수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 1만원이 붙는다. 그럼 환승할 때 환승공항 이용료를 받을까?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공항에서 환승공항 이용료는 받지 않는다. 전쟁 보험료는 항공사가 가입한 뒤, 승객에게 청구하는 부담금이다. 홍콩의 경우 항공사 전쟁 보험료 외에도 홍콩 출발 항공편에 보안세를 따로 받기도 한다.

‘배꼽 항공권’이 나오는 이유는 유류 할증료 때문이다. 유류 할증료는 항공유 시세 변동에 따른 유류 비용 증감을 요금에 탄력적으로 반영하고자 항공사들이 앞다퉈 도입한 제도다. 이전 달 싱가포르항공유 가격 변동분에 따라 개별 항공사가 책정하는데, 기타 요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의 경우 국토해양부가 마련한 유류 할증료 16단계 기준표에 따라 항공사가 인상이나 인하할 수 있다. 유류 할증료는 출발일이 아닌 발권일(결제 시점) 기준으로 부가된다. 따라서 뉴스에서 싱가포르항공유가 올랐다는 소식을 들으면, 빨리 결제하는 게 낫다.

항공사가 유류 할증료를 따로 받는 이유는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한번 왕복 비행에 드는 기름값은 거리에 따라 수천만~수억원에 이른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한 해 약 290억원이 추가로 든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해 유류 비용으로 1조82억을 지불했다.

하지만 유류 할증료는 항공사의 이익을 대변한 편파적인 제도라는 지적도 많다. 사실 항공권 가격에는 이미 유류 비용이 반영돼 있다. 또한 항공사들은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오는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이미 유류 비용 일부를 헤지거래(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금액으로 거래하는 것) 한다. 하지만 항공권 가격 가운데 유류비의 비중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항공사를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여행사들도 유류 할증료를 빼고 항공권·패키지 가격을 고지하기 일쑤다.

항공권을 살 때는 기분이 좋을 때다. 숨어 있는 복병이 나타나도 여행 기분을 망칠까봐 꾹 참고 넘어간다. 결혼식 기분 망칠까봐 예식장 바가지에 눈감는 그런 상황과 비슷해지는 건 아닐까 두렵다.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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