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가 체험공유 여행 서비스 ‘트립’을 지난해 11월 선보였다. 세계 12개 도시에서 500여개 ‘트립’이 서비스되고 있다. 사진 박미향 기자·에어비앤비 제공, 그래픽 홍종길 기자
롯데호텔 커뮤니케이션팀의 한유리(32)씨한테 여행은, 삶에서 누리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1년에 두세번은 비행기 표를 끊어 외국으로 떠난다. 남들 다 가는 데서 ‘인증샷’을 찍고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다. 20대 초중반엔 그런 유명 여행지도 다녀봤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식상했다. 필리핀 보홀에서 우연히 체험 스쿠버다이빙을 한 뒤, 그의 여행 패턴은 완전히 달라졌다. 독특한 모양의 경산호와 알록달록한 열대어를 볼 수 있는 건 ‘바로 그곳’뿐이라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그 뒤로 그는 현지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놀이나 문화를 경험하는 여행을 한다. 라오스 메콩강에선 카약을 즐기고, ‘다이버의 천국’이라 불리는 타이 꼬따오에선 스쿠버다이버 인정증을 땄다. 그는 “유명한 유럽의 성당 같은 곳은 기억에 전혀 안 남았지만, 이런 경험은 잊을 수가 없다. 성취감도 크다”고 했다. 올여름엔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캠핑카를 빌려, 광대하고도 독특한 이국의 풍경을 온몸으로 즐기는 캠핑여행을 할 계획이다.
한씨 같은 이들은 ‘욜로족’으로 불린다. ‘한번뿐인 인생’이란 뜻의 신조어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는 올해 생활문화 분야 흐름을 좌우할 열쇳말로 꼽힌다. 단 한번뿐인 삶을 지금 당장 후회 없이 즐기고 사랑하고 배우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삶의 태도를 견지하는 욜로족은 여행에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보인다. 오직 그곳에서만 보고 듣고 맛볼 수 있는 ‘체험여행’을 선호한다.
그저 농가에서 하룻밤을 자거나, 단순히 경험 목록을 하나 늘리는 체험이 아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의 일상과 경험을 공유하고, 그들의 삶을 체험하는 여행이다. 인도의 요가 전문가가 운영하는 요가 강좌를 듣고, 일본의 라멘 애호가와 함께 여러 라멘집을 돌며 음식과 식당의 역사나 지역별 식재료의 특징 등을 배우는 식이다. 1세대 여행문화로 꼽히는 1980년대 패키지 단체여행이나 2세대 대안여행, 생태여행 등과 달리 최근 주목받고 있는 체험여행은 낯선 이의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게 목적이다. 별로 관심도 없는데 “나도 가봤다” 말하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길게 줄을 서고, 성가족성당 10분 구경하겠다며 바르셀로나까지 여러 차례 비행기를 갈아타고 가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맘껏 드러내며 한번뿐인 인생을 즐기는 게 체험여행이다. 좋아하는 방식의 여행을 하니, 성취감과 만족감이 높아지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이런 체험여행에서 맞닥뜨리는 경험은 질이 좋을 뿐만 아니라 만족감도 높아, 다시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유행에 민감하고 감각적인 20~30대 중심이어서 전체 여행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이향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수석연구원도 “경제 흐름 자체가 경험의 가치에 돈을 지불하는 ‘체험경제’로 넘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체험여행은 보통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라며 “체험여행이 올해 여행 문화의 주요한 흐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참고도서 <트렌드코리아 2017>